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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수용하는 자세

아시아에서 처음, 그것도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공동개최하는 초유의 형식으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이 세계 언론으로부터 대성공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막을 내렸다. 지난 6월 한달여간 우리 국민들은 열광과 환희에 젖었으며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저력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다만 패배에 대한 책임회피나 전가를 의도로 심판 판정에 불만과 의문을 제기하는 성숙하지 못한 태도에 당황해야 하는 씁쓸함도 맛봤다. 인간 사회는 서로 합의해 정한 규칙과 약속에 의해 모든 일이 진행된다. 따라서 항상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고 좋은 결과를 얻는 쪽이 있으면 나쁜 결과가 나타나는 쪽도 생기는 게 세상사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것을 못 얻은 사람들은 그 원인을 '내탓'이 아니라 '남의 탓'으로 돌리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판정시비는 결국 패인을 변명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비단 이 문제는 스포츠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가 마찬가지며 과학기술계 역시 예외는 아닌 듯싶다. 국가 연구비는 한정돼 있고 연구를 하겠다고 과제를 신청하는 사람이 많으니 당연히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지원의도나 목적에 맞는 대상을 판정을 하기 위해서 평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평가결과가 나올 때 적지 않은 경우 선정에서 제외된 일부 연구자나 교수들은 평가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이의를 제기한다. 그 주된 내용은 자기들과 비우호적인 사람으로 평가단을 구성했느니, 전문 분야가 자신들의 과제와 맞지 않는다는 등과 같이 이치와 경우에도 맞지 않은 이유를 내세우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 현재 필자가 근무하는 기관을 비롯해 연구지원기관들의 평가체제나 시스템은 결코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평가를 대하는 개개인의 의식과 정서 등 총체적인 의미로 평가문화가 올바르게 정착되지 못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실정을 극복하기 위해서 평가자는 최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자세도 중요하나, 평가는 결국 사람에 의해 행해지므로 단순히 평가자라는 신분인식 이전에 상대방의 인격과 명예를 존중하는 정신을 바탕으로 결과를 최대한 수용하는 태도가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부당성 제기에 앞서 우리 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겸허한 자세로 거울 앞에 앉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김정덕<한국과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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