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DC 선박회사들을 대변하는 태평양선주협회(PMA)가 7일부터 이틀간 서부 일부 항만에서 화물 선적과 하역 작업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PMA는 지난해부터 태업을 벌이고 있는 서부해안항만노조(ILWU) 조합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주말근무 수당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FT는 설명했다.
ILWU는 지난해 7월1일 항만 노사 고용계약이 만료되고 재계약 협상이 결렬된 후 서부지역 29개 항만에서 태업을 벌이고 있다. PMA는 5일 노조 측에 5년 고용계약에 연간 3%의 임금인상, 노동자 의료보험 전액보장을 제시했으나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40%를 차지하는 서부항만의 노사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산업계는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앞서 FT는 평소 대기 선박이 1~2대에 불과한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항에서 지난주에는 20여개 컨테이너선들이 대기 상태에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사과·닭·감자 등 농산물 수출업자와 신발·가구 수입업자, 미국 소매업계 등 광범위한 산업 부문이 타격을 입고 있다.
앞서 2002년에 벌어졌던 항만폐쇄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개입으로 열흘 만에 풀렸지만 이후 6개월간 생산라인에 차질을 빚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은 바 있다.
한편 블룸버그는 혼다자동차와 후지중공업 등 미국에 생산공장을 둔 일본 기업들은 항만 사태로 부품공급이 늦어지자 일본 본토에서 항공편으로 부품을 공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박 컨설턴트인 세위클리의 새티시 진델 창업자는 항공편의 경우 선박운송에 비해 15~20배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지만 뱃길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제조업체들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