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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 미국 서부항만 폐쇄… 아시아 수출기업 비상

양측 이견 커 정상화 불투명

물동량 줄며 미국 산업계도 타격

8개월째 이어져온 미국 서부항만의 노사갈등이 결국 13년 만의 '항만폐쇄' 사태로까지 치닫고 있다. 지난 7~8일 일부 항만을 폐쇄한 선박회사들이 일단 9일(현지시간) 작업을 재개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양측이 팽팽한 대립을 보이는 상황에서 항만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과 아시아 통상의 주요 해상관문이 사실상 막히면서 미국 농산물 수출업자와 소매업체들 중 다급한 일부 기업들은 아시아 수출기업들을 망라하는 물류 공급망 전반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되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십 배의 비용을 부담하면서 항공편으로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DC 선박회사들을 대변하는 태평양선주협회(PMA)가 7일부터 이틀간 서부 일부 항만에서 화물 선적과 하역 작업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PMA는 지난해부터 태업을 벌이고 있는 서부해안항만노조(ILWU) 조합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주말근무 수당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FT는 설명했다.

ILWU는 지난해 7월1일 항만 노사 고용계약이 만료되고 재계약 협상이 결렬된 후 서부지역 29개 항만에서 태업을 벌이고 있다. PMA는 5일 노조 측에 5년 고용계약에 연간 3%의 임금인상, 노동자 의료보험 전액보장을 제시했으나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40%를 차지하는 서부항만의 노사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산업계는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앞서 FT는 평소 대기 선박이 1~2대에 불과한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항에서 지난주에는 20여개 컨테이너선들이 대기 상태에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사과·닭·감자 등 농산물 수출업자와 신발·가구 수입업자, 미국 소매업계 등 광범위한 산업 부문이 타격을 입고 있다.



앞서 2002년에 벌어졌던 항만폐쇄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개입으로 열흘 만에 풀렸지만 이후 6개월간 생산라인에 차질을 빚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은 바 있다.

한편 블룸버그는 혼다자동차와 후지중공업 등 미국에 생산공장을 둔 일본 기업들은 항만 사태로 부품공급이 늦어지자 일본 본토에서 항공편으로 부품을 공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박 컨설턴트인 세위클리의 새티시 진델 창업자는 항공편의 경우 선박운송에 비해 15~20배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지만 뱃길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제조업체들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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