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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젊은이 해외탈출 러시
입력2003-09-09 00:00:00
수정
2003.09.09 00:00:00
김용식 기자
“더 이상 희망이 없어요. 형(30)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좌절하다 결국 마약에 빠졌어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나라를 떠날 겁니다.”(25세 컴퓨터 강사 하미드)이란 젊은이들이 경제ㆍ취업난과 지지부진한 사회개혁에 실망해 속속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
매년 신세계를 찾아 불법 월경을 감행하는 젊은이는 수천 명이나 된다. 적발되면 군 복무 기간이 늘어나거나 벌금을 물게 되지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운 좋게 국경을 넘어도 새로 정착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범죄의 세계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게다가 학업을 마치고 해외에서 일자리를 구해 떠나는 합법적인 탈출 행렬도 지난해에만 20만이 넘었다. 이란 정부는 고급 두뇌 유출로 인한 국가 전체의 경쟁력 저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청년층에게 제대로 일자리를 주려면 매년 100만 개의 일자리가 필요한데 최근 3년간 창출된 일자리는 연간 40만 개에 불과했다.
30세 이하 청년층은 6,700만 이란 인구의 3분의 2.
이들이 취업난에 고단한 시간을 보내면서 마약중독자 수는 최근 200만을 넘어섰다. 경제난 때문에 부모가 부업이나 맞벌이에 나서면서 가출 청소년도 2000년 이후 12%나 증가했다. 특히 가출 소녀들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테헤란의 사창가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로서는 가히 충격적인 현상이다.
정권은 연일 반미를 외치고 있지만 사회는 영어 열풍에 빠졌다. 영어학원은 급성장 산업이 됐고, IELTS(영연방 국가로 이민 유학을 가는 데 필요한 영어시험) 신청자는 매년 2배 가까이 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영국 BBC 방송 등 서방 언론은 수도 테헤란의 젊은이들이 “불타버린 세대”라고 자칭한다고 전하고 있다. 부모 세대가 이룩한 이슬람 혁명이 20년 넘게 사회를 짓누르면서 사회 체제가 뒤틀리는 바람에 정열은 사라지고 재만 남았다는 것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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