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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플레이보이 수록 걸작단편집 `세상에서...'

미국의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에 실렸던 단편소설들을 통해 서구문학의 진수를 읽는다.가브리엘 G. 마르케스의 단편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를 표제작으로 한 작품집이 푸른숲에서 출간됐다. 「플레이보이」에 실렸던 수백 편의 작품들 가운데 문학성과 재미를 두루 갖춘 열 편을 엄선해 꾸민 단편소설집이다. 여기에는 삶과 사랑이라는 뚜렸한 주제가 있으며, 그것들이 이율배반적으로 조응하고 또 갈등하는 구조가 다양한 프리즘을 통해 드러난다. 물론 이 소설집을 「플레이보이」라는 이미지만 떠올려서 생각해서는 오산이다. 로리 콜윈의 「정부」는 결국 헤어짐으로 귀착될 줄 뻔히 알면서도 위태로운 사랑을 이어가는 두 중년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타인」에는 이제는 눈먼 노인이 되어 반세기 전의 자신과 해후하는 작가의 꿈을 모티브로 삼아 시간의 흐름 앞에 무력한 인간들의 쓸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리처드 매디슨의 「매춘부 전성시대」에는 성을 바라보는 현대인들의 가치관적 혼란을 아이러니한 구도 속에서 보여주고, 폴 테로의 「하얀 거짓말」은 거짓 삶을 살아가던 한 남자의 비극적 종말을 그리고 있다. 또 충격적인 성문제를 다룬 톰 보일의 「안전한 사랑」, 사랑을 위해 성직자의 길을 포기한 한 남자의 결혼생활이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담은 선 오페일런의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등을 통해 사랑의 그 통속성과 위험성이 드러난다. 이처럼 이 소설집에는 삶과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이 오묘한 인간심리 구조를 통해 흥미롭게 채색된 단편들이 줄을 이어가고 있다.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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