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몸부터 풀겠습니다." 20살 남짓한 중국인 캐디가 첫홀 티잉그라운드 앞에서 서툴지만 또박또박한 한국말로 설명한다. 중국 산둥 반도의 항구도시 웨이하이(威海)에 자리잡은 리솜웨이하이 골프장은 제주도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골프장의 좌우정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확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오른쪽에는 평택항과 정기적으로 오가는 여객선의 선착장이 보이고 정면에는 짙푸른 황해가 넘실댄다. 왼쪽 바다는 연평도와 맞닿아 있다. 매년 북방한계선을 넘어 꽃게를 싹쓸이하는 중국 어부들 가운데 일부는 이 인근에 거주한다. 우리 해양경찰의 단속에 거칠게 반항하며 피해를 입히는 어부들의 가족과 친척인 캐디들은 이 곳 골프장에선 한국인들에게 더없이 친절하다. ◇최고 수준의 캐디 서비스= 오랜 기간 사회주의에 물든 중국, 그것도 한적한 어촌에 자리잡은 골프장이라서 캐디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으리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기자의 드라이버샷이 오른쪽으로 심하게 휘며 슬라이스가 났을 때 캐디의 말 한마디는 저절로 미소를 짓게 했다. "죄송합니다. 오비(아웃오브바운즈)입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었지만 캐디의 한마디로 분위기는 한껏 부드러워졌다. 라운드 도중에 거리 조절에 실패해 공이 워터 해저드 방향으로 날아갔다. 공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모션을 취한 뒤 벌타를 받고 경기를 계속 이어갔다. 5분쯤 뒤 캐디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연못 주변의 말라 있던 땅에 떨어진 공을 수고스럽게 찾아와 전해줬다. 국내 골프장의 캐디에 버금가는 적극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무난하되 함정이 도사린 코스= 바다를 마주한 오션코스 9홀과 언덕에 자리잡은 마운틴코스 9홀로 꾸려진 코스는 전반적으로 무난하지만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오션코스에선 넓은 페어웨이와 적절한 거리를 지닌 초반홀에서 편하게 몸을 풀 수 있지만 6번홀(파5)에 들어서면 첫 어려움을 겪게 된다. 6번홀은 90도로 꺾이는 핸디캡1의 도그레그 홀이다. 티샷을 치고 나면 두번째 샷이 골치 아프다. 롱아이언 혹은 페어웨이우드로 160~220m 가량 거리를 잡되 방향이 정확해야 한다. 오른쪽으로 휘면 워터해저드에 빠지고 왼쪽으로 굽으면 숲에 떨어진다. 티잉 그라운드쪽과 그린 쪽의 페어웨이가 숲과 워터해저드로 인해 끊겨 있기 때문에 거리가 100m 이하로 짧으면 워터해저드에 빠질 위험이 있고 250m를 넘기면 오비가 된다. 마운틴 코스에선 12번홀(파5)이 욕심을 경계해야 하는 홀이다. 화이트티 기준 거리가 460m로 장타자들은 이글도 노려볼 수 있지만 거리감이 정확하지 않다면 고생할 수 있다. 페어웨이 끝 지점부터 그린까지 움푹 들어간 지형에 50m 가량 숲이 조성돼 있다. 투온을 위해 최대 거리를 냈다가 두번째 샷이 짧아 숲에 떨어지면 여지 없이 벌타를 받아야 한다. 비거리가 짧은 골퍼에게도 애매하다. 페어웨이가 내리막 지형이어서 두번째 샷이 조금이라도 길면 그린의 깃대만 보일 정도로 시야가 가려진다. 그렇다고 너무 짧으면 세번째 샷에서 숲에 떨어질 위험이 있다. 전방의 숲에 위축된다면 파도 기록하기 어려워진다. ◇골프와 호텔, 논스톱 투어 가능= 현재 골프장 바로 옆에는 70실 규모의 부티크호텔이 건설되고 있다. 내년 5월께 호텔이 완공되면 국내 골퍼들은 한결 편하고 여유롭게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골프장 옆에 쾌적한 숙박시설이 없어 1시간 거리의 웨이하이 시내 호텔에서 골프장으로 오가야 돼 적잖이 불편했다.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호텔이 완공되면 일몰 전까지 오전, 오후 36홀 라운드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된다. 부티크호텔에는 각종 편의 시설도 들어선다. 레스토랑에서 웨이하이에서 유명한 옌타이고량주와 식사를 즐길 수 있고 중국전통 발마사지 등으로 피로도 풀 수 있다. 또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야외 풀바, 오션뷰 수영장 등에서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리솜웨이하이 지난해 5월 개장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의 장보고CC가 레저기업 ㈜엠캐슬에 인수되며 올 8월 리솜웨이하이로 이름을 바꿨다. 리솜제천 등 리솜 전용회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회원제 골프장으로 한국인 회원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코스는 일본의 홋카이도CC, 제주 로드랜드를 디자인한 다카하시 신스케가 설계했고 클럽하우스는 국내외 주요 컨트리클럽을 건설한 필건축이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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