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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정책자금 '겹치기 지원' 심하다
입력2000-01-28 00:00:00
수정
2000.01.28 00:00:00
송영규 기자
부처 이기주의·상부보고용 졸속행정 부작용중기특위와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중소기업 정책자금 사업별 현황」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정책자금 중복이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를 확인해 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을 하는 경영자치고 정부지원자금 한번 못받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할 정도로 「겹치기 지원」이 성행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각부처별 집행현황을 알 수 있는 척도가 없었기 때문에 한기업이 자금을 신청하면 서류조건만 보고 지원해 줬다.
특위가 발표한 「사업별 현황」을 분석해 보면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환경부, 중기청등이 서로 비슷한 목적과 내용의 정책자금이 상당수라는 것을 알 수있다. 특히 일부부서가 집행하는 정책자금의 경우 절반가량이 타부서와 중복되고 있다.
먼저 기술개발후 이를 사업화 하기위해 지원하는 산자부 「신기술 보급사업」은 중기청의 개발기술 사업화지원사업과 내용이 거의 유사하다. 심지어 규모가 300억원이 책정돼 있고 지원형태도 시설·운전자금으로 융자해준다는 내용까지 판에 박은 듯 똑같다.
산자부와 중기청간의 중복현상은 이것만이 아니다. 산자부의 「지식기반제조업 및 서비스업발전자금」 역시 공장자동화 등 업체의 경영혁신을 지원한다는 면에서 중기청의 「구조개선자금」과 비슷하다. 창업활성화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신기술창업보육」도 중기청의 「중소·벤처기업 창업자금」과 겹친다.
환경부의 경우에는 3개의 정책자금중 2가지가 산자부와 중복되고 있다. 환경「오염방지시설 설치자금」은 산자부의 「청정생산 및 환경설비투자」와, 「재활용 산업융자금」은 「재자원화 산업기반 구축자금」과 성격이 유사하다.
부처간에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 운용하면서도 각부서 따로 유사한 사업을 벌이는 사례도 있다. 산자·정통·과기부등 3개부처는 공동으로 세계일류의 기술력을 확보키 위해 내년까지 실시하는 「선도기술개발사업」자금을 마련했다. 그러면서도 서로「산업기반기술자금」(산자), 「선도기술개발 보급지원」(정통), 「과학기술개발」(과기)자금을 따로 운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산자부의 「공장이전 및 집단화지원」과 중기청의 「협동화사업자금」등도 비슷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비슷한 정책자금을 운용하면서 금리는 최고 1%포인트까지 차이가 나는 등 천차만별이다. 앞서 언급한 산자부의 「신기술보급사업」의 적용금리는 7.5%. 하지만 중기청의 「구도고도화자금」은 7.25%다. 또 산자부 「청정생산 및 환경설비투자」의 경우 7.5%의 금리로 이용할 수 있지만 환경부의 「환경오염방지시설 설치자금」는 이보다 1%포인트 높은 8.5%가 적용된다.
이처럼 정책자금의 중복이 심한 것은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상부 보고용의 졸속지원과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배정받기 위해 사업을 확대하려는 부처이기주의에서 비롯되고 있다.
각부서의 정책자금을 조절하고 분석하는 종합평가기관이 없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겼다. 중기특위와 기획예산처에서 자료를 발표하면서 『부처간 운영현황이 나온 것은 물론 총규모가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힌 것도 지금까지 이들 자금의 통계와 분석을 맡을 기관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또 한부서의 관계자는 타부서의 유사자금과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그런 것이 있었냐』고 반문할 정도로 부처간 협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28일의 중기특위 9차회의는 바로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키 위해서 열렸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특위가 각부처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위에서 자금의 규모를 발표하면서도 어떤 자금이 얼마나 중복됐는지를 알면서도 밝히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중 하나다.
한관계자는 『유사 정책자금의 내용은 매우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며 『앞으로 각부처의 협조를 얻어 단계적·점진적으로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규기자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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