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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동차 급발진, 자동변속기와 무관하다

김응서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전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최근 자동변속기 부착 차량의 보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급발진과 관련한 여러 가지 사고가 발생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또 이러한 사고가 자동변속기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언급되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됐다. 먼저 자동변속기의 구조와 작동에 대하여 살펴보자. 자동변속기는 유체의 운동을 이용하여 클러치와 토크 증가의 기능을 하는 토크 변환기, 회전속도의 증감 및 역전기능을 하는 몇 조의 유성기어 유닛 및 이들을 제어하는 제어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또 문제가 된다고 생각되는 제어장치는 기계식 작동과 유압에 의하고 있다. 최근 유압제어 회로에 있는 일부의 밸브제어에 전기·전자적 방식이 도입되고 있으나 기능상 급발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또 자동변속기 차량의 시동은 안전상 변속위치가 P(주차) 또는 N(중립)위치이어야 엔진이 시동될 수 있게 되어 있다. 특히 최근 차량들은 이외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만 시동할 수 있는 기구를 가지고 있을 뿐만아니라 시프트 록(SHIFT LOCK) 등의 장치도 확대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내수·수출차에 동일하게 장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오작동의 우려가 있다고 생각되는 엔진 제어용의 ECU, 변속기 제어용의 TCU가 있는데 설령 이들이 전파간섭에 의해 오작동된다 하더라도 자동변속기의 기본적인 작동은 매뉴얼 시프트의 위치에 의하므로 , 다시말해 운전자의 수동작동에 따라서만 작동되므로 전자제어 장치의 오작동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 이처럼 자동변속기 차량의 어떠한 상태, 어떠한 조건하에서도 차량 결함때문에 급발진이 일어날 수 없게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변속기는 미국의 연방안전기준(FMVSS)과 유럽의 통합법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안전기준에 따라 형식승인을 얻고 있고 제조회사에서는 자동차 개발단계에서 수많은 안전, 환경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한 차종의 자동차가 시판될 때까지 수천억원이 투자되므로 제조회사로서는 단 하나의 부품이라도 하자를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변속기 차량의 급발진 사고는 약 10년전 미국·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도 문제가 되었다. 이들 나라에서도 전문기관의 검증을 얻은 결과 차량 결함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지난 1990년1월 1,167건의 소비자 불만 사고 사례를 원인규명한 일본 운수성의 발표에 의하면 명확한 조작실수 66건, 차량제조 단계의 불량 8건, 차량 유지관리 부적절 40건, 차량쪽 요인이 아닌 것 1,016건, 상황에 대한 정보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원인추구가 불가능한 것 37건 등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교통안전국(NHTSA)에서도 자동변속기 차량의 급발진은 기계적·전기적 구조장치의 결함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자동변속기 차량의 급발진 문제와 관련하여 지난해 10월 건교부 산하기관인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시험연구소에서 급발진사고 차량을 대상으로 안전기준 30V/M보다 가혹한 조건인 100V/M로 전자파시험을 하고 그 결과로 차량결함과 무관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이에 앞서 1997년11월에는 소비자보호원 주관으로 전문가 입회하에 급발진 현상을 재현하기 위한 주행시험을 실시했는데 이 시험에서도 사고 사례와 같은 급발진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하고 있다. 자동변속기 차량의 급발진 사고는 이같은 사항에 비추어 볼 때 운전자의 조작 미숙에 원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얼마전 TV방송의 드라마 대사에서 『핸드 브레이크를 풀고 엔진을 시동』 운운하는 대화가 있었는데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 운전과 관련되는 문화수준이라면 이같은 조작실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자동변속기 차량의 올바른 발진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주차지에 주차되어 있는 차는 반드시 주차브레이크가 걸려 있고 자동변속기의 변속 위치는 P(주차 브레이크)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운전자는 먼저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엔진에 시동을 건다. 그 다음 변속 위치를 필요에 따라 P로부터 R이나 D위치로 한다. 다음 브레이크 페달을 서서히 놓으면 차가 후진 또는 전진을 시작할 것이고 여기서 필요하면 가속페달을 밟아 차의 속도를 높이도록 하면 된다 (자동변속기차는 엔진 공전속도가 브레이크 페달을 놓으면 차가 서서히 움직일 수 있도록 수동변속기차보다 조금 높게 설정되어 있다). 이 순서를 잘 지키면 절대로 급발진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공업의 역사는 자동차 선진국의 100년내지 200년에 비교할 수 없는 30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 자동차생산 실적에 있어 세계 제5위, 수출에 있어서는 제6위의 기반을 구축한 중요한 산업이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속에 서 있다. 자동변속기 차량의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일부 식자들까지도 차량결함에 있는 것처럼 평가하는 것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은 바르게 알고 필요하면 일반의 잘못된 인식을 계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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