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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라이스'로 12년만에 내한한 무용가 린 화이민

"자연의 에너지 통해 '삶의 아름다움' 느꼈으면"

아시아인의 주식 '쌀'을 소재로 대자연의 생명·소멸·부활 담아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인간의 바람, 거기서 라이스의 감동이 나오는 게 아닐까요?"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무용가 린 화이민(사진)이 그의 대표작 '라이스(Rice·쌀)'로 한국을 찾았다. 라이스는 린 화이민이 1973년 중국어권 최초로 설립한 현대무용단 '클라우드 게이트'의 2013년 창단 40주년 기념 작품. 아시아인들에게 단순한 양식을 넘어 문화이자 삶을 의미하는 쌀을 소재로 인간과 자연, 생명과 소멸, 부활의 테마를 담은 이 작품은 이미 독일과 영국, 싱가포르 무대에 올랐고, 프랑스와 미국, 러시아 공연도 앞두고 있다.

린 화이민은 오는 11~12일 내한 공연을 앞두고 8일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이 작품의 특별한 점은 모든 게 뒤죽박죽 섞여 있는 현대 사회에서 순수함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관객이 안무의 아름다움에 놀라기도 하지만, 자연을 향한 동경과 무대 위 순수한 에너지에 감동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몇 해 전 방문한 대만 남동부의 유명 쌀 생산지 '츠상(池上)' 에서 라이스의 영감을 받았다. "츠상은 아름다운 산과 강, 구름은 물론 대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에요. 언젠가 정부가 논을 가로질러 전신주를 세우려 했는데, 농부들이 논에 누워 시위하며 결국 그 땅을 지켜냈어요. 그때 '이 농부들을 기리기 위해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작품 제작을 위해 린 화이민은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수들과 츠상에 머물며 직접 농사에 참여하며 그곳의 삶을 엿보았다.



라이스를 돋보이게 하는 또 다른 장치는 영상이다. 린 화이민은 비디오 아티스트 오웰 하오잰창에게 '하나의 논을 2년 동안 영상으로 기록해 달라'고 부탁했다. "쌀의 삶을 살펴보고 싶었다"는 그는 "쌀을 기르는 공기·흙·바람·물·불 같은 논의 근본 요소를 보고 나니 쌀의 순환이라는 것이 결국엔 인간 삶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진흙에 잔잔하게 고인 물의 떨림, 바람에 굽이치며 물결을 만들어 내는 푸른 벼, 황금빛을 머금고 익어가는 알곡… 영상에 담긴 생생한 자연 풍광은 대형 스크린 위에 펼쳐지며 무용수의 감각적인 몸짓과 절묘한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경이로운 대자연의 풍광과 인간의 몸짓이 빚어내는 감동 때문일까.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외 공연에선 라이스 관람 후 눈물을 훔치는 관객이 많았다고.

라이스를 통해 린 화이민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삶의 아름다움'이다. "도시에서는 상쾌한 바람이 피부에 닿을 때의 느낌과 달밤에 울려 퍼지는 개구리 소리, 한여름의 매미 울음을 음미하기 어렵죠. 단순하지만 순수한 자연의 에너지를 관객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11~12일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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