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내렸다
블루스퀘어 '월요 쇼케이스' 운영
4,000~5,000원에 출연진 시연 즐겨
세종문화회관 프리뷰 공연은 반값에
일부 좌석 추첨 10분의 1 값 판매도
■흥미 높였다
예술의전당 '프리렉처' '토크&콘서트'
음악 지식 소개·관객과 대화로 인기
명동예술·국립극장은 '연극학교' 통해
예술가와 대화·영화상영 등 관심 유도
예술은 어렵고 비싸다. 많은 사람이 '예술' 하면 떠올리는 선입견 중 하나가 아닐까. 심오한 감상과 값비싼 티켓이 넘쳐날 것 같은 공연장의 '높은 문턱'이 최근 소수 관객이 아닌 다수 대중을 향하며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은 뮤지컬 '베어더뮤지컬' 쇼케이스를 보기 위해 찾은 800여명의 관객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이 날 쇼케이스에는 성두섭·전성우·서경수·정원영·윤소호·이상이 등 주요 배우를 포함한 19명의 모든 캐스트가 무대에 올라 8인조 라이브밴드와 함께 11곡의 넘버를 선보였다.
블루스퀘어를 운영하는 인터파크가 관객 저변확대와 공연기획사 지원사업 중 하나로 기획한 '월요 쇼케이스'는 인터파크가 무료로 공연장을 대관해주면 기획사가 관객과의 대화, 낭독회, 하이라이트 시연 등 원하는 형태로 쇼케이스를 펼치는 식으로 진행된다. 3월 뮤지컬 '영웅'을 시작으로 뮤지컬 '로기수' '쓰루더도어' '유린타운' '베어더뮤지컬' 등 5개 공연이 개막 전 쇼케이스를 열었고 오는 22일 '아리랑'도 미리 관객을 만난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저렴한 티켓 값이다. 이 공연장의 평균 입장권은 시야가 좋은 VIP·R석 기준 10만원대지만 쇼케이스는 4,000~5,000원이다. 물론 뮤지컬 본공연과는 내용상 차이가 있지만 주요 출연진의 공연 하이라이트 시연이나 노래는 물론 작품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5,000원 안팎의 티켓은 매우 매력적이다. 김선경 인터파크 홍보팀장은 "입장권이 한 장에 4,000~5,000원으로 저렴한 데 반해 약 1시간 반 동안 중간 휴식시간 없이 밀도 있는 무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예매 시작과 함께 바로 매진되는 사례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도 가격 낮추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올해부터 자체 제작하는 공연의 프리뷰 공연(정식 개막 전 작품을 무대에 올려 보완해나가는 기간)을 반값에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그동안 공연 관계자끼리 진행하던 리허설 공연도 본공연의 반값만 받고 대중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이밖에 공연 당일 미판매된 좌석을 공연 2시간 전 현장에서 할인가격으로 판매하는 '러시티켓', 일부 좌석을 추첨을 통해 10분의1 가격으로 판매하는 '로터리티켓', 세종문화회관이 선보이는 한 해 공연을 가족 취향대로 골라 패키지로 묶어 할인하는 '가족패키지 할인제' 등 다양한 가격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들 티켓은 공연 시작 2시간 전 현장에서 판매하며, 특히 3층 좌석은 1만원 이하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경우 러시·로터리티켓 같은 할인 프로그램이 주머니 얇은 학생은 물론 이곳을 찾는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인기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공연 가격 문턱을 낮춰 시민 누구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자 언제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문화예술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가격 문턱을 낮추려는 '로(low)' 전략이라면 다양한 예술 장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이려는 '하이(high)' 전략도 있다. 예술의전당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매년 4회씩 열리는 기획공연인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사이클 2014-2016'에서 공연 30분 전 '프리렉처'를 운영한다. 처음 접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브루크너의 음악이지만 공연 시작 30분 전 최은규 음악평론가가 브루크너와 관련된 음악 지식과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들려주며 흥미를 북돋운다. 올해는 10월29일과 12월15일 2회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올해로 시즌 다섯 번째인 '토크&콘서트'도 예술의전당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2010년 시작된 토크&콘서트에서는 클래식 연주자, 국악, 무용, 대중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최정상 아티스트가 나와 공연을 하면서 손범수·진양혜씨의 진행으로 관객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올해는 4월과 5월에는 각각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문훈숙 유니버설 발레단장이 토크&콘서트에 참여했고 국악인 이자람(6월20일), 바리톤 김동규(10월17일), 피아니스트 신수정(11월28일)도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공연 연계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무대와 객석 간 거리를 좁히고 '예술은 마냥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연극교실'은 명동예술극장과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을 영화상영회·강의 등의 형식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는 프로그램이다. 4월에는 연극 '소년 B가 사는 집'과 관련해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나와 작품 속 인물의 심리적 상황을 분석했고 생계를 위해 매춘을 해야 했던 일제 강점기 한 여성의 삶을 그린 '이영녀' 공연 때는 '여성의 노동:우리는 여전히 성(性)을 판다'는 주제로 전고운 감독의 영화 '배드씬(2011)'을 상영했다. 다음달 1일 개막하는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은 세르게이 아이젠슈타인 감독의 영화 '이반 대제' 상영회(7월14일)로 연극교실을 꾸민다. 이밖에 명동예술극장은 주요 공연 시작 전 15분간 해당 연극의 제작 스태프나 관계자가 짧게 작품을 설명하는 '15분 강의'와 공연 직후 연출·배우·음악감독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는 '예술가와의 대화'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연극 '어머니' '유리동물원' '리어왕'이 1~2회 15분 강의를 열었고 '여기가 집이다' '어머니' '유리 동물원' '리어왕' '더 파워' 등이 예술가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문제적 인간 연산'은 연극교실과 함께 15분 강의(7월6·13일), 예술가와의 대화(7월5·12일)가 예정돼 있다.
명동예술극장은 "공연 못지않게 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관객의 관심이 높다"며 "공연 전문가가 직접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궁금증을 해소해줌으로써 이들 프로그램이 관객의 흥미와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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