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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저해하는 가격규제
입력1999-04-04 00:00:00
수정
1999.04.04 00:00:00
이 시장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가격이다. 경제학 공부에 첫발을 내딛을 때 배우는 것이 수요공급의 법칙이고 이 법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가격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요공급의 법칙에서 가격에 어떤 제약을 가한다든지 어느 수준에서 고정시켜 버린다든지 하면 이 법칙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져 버리고 시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지게 된다.그런데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경제를 들여다 보면 곳곳에 가격이 제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부분에서 발견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게 한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서비스에 대한 가격기능의 부재다. 의료서비스를 예로 들어보면 의사들의 진료서비스에 대한 품질이 천차만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의료보험이 정한 가격에 이를 주고 받고 있다. 저명한 의사가 환자 한명을 진료하고 받을 수 있는 가격이나 의대를 갓 졸업하고 개업한 의사가 받는 가격이 같게 책정되어 있다. 좀 비싼 진료비를 지불하고서라도 보다 여유롭게, 유명하다는 의사를 만나고 싶어도 이런 것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유명하다는 의사에게는 몇 년치의 예약이 밀려 있고 또 만난다고 해봐야 1∼2분이 고작이다. 가격이 제 기능을 못하므로써 우리 국민이 받는 의료서비스의 질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교육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좋은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에 대한 구별은 하
면서 이상하게도 대학등록금은 차등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기를 쓰고 일류대학에 가고자 노력하지만 막상 들어가 봐야 받을 수 있는 교육서비스는 별로 다르지 않다.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가니까 일류대학이지, 교육서비스가 일류라서 일류대학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업회계의 투명성이 형편없다고 비판들은 많이 하면서 그 비난의 화살을 외부감사인들에게 돌리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감사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터무니 없이 낮은 수준에 묶아 놓은 것은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서비스뿐만 아니라 정부 규제하에 있는 산업에서도 가격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전력산업을 보면 발전방식에 따라 발전 원가가 다르다. 그런데도 전기요금은 획일화 되어 있다. 원자력발전의 단가가 가장 싸다고 하면서도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성된 전기를 쓰는 고객에게는 아무런 가격혜택이 주어지질 않고 있다. 어떻게 보면 원자력발전소의 전기를 쓰는 고객이 비싼 수력ㆍ화력발전소의 전기를 쓰는 고객을 돕고 있는 것이다. 한전에서는 원자력발전의 안전을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가격기능을 활용해 고객이 값싼 전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확대하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시장경제의 발전은 시장참여자들이 시장가격을 통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경험해 봄으로써 이루어진다. 규제된 가격에 젖어있는 참여자들이 많은 곳에 참된 시장경제가 꽃피기 어렵다. 우리경제속에 가격이 제기능을 못하는 곳에 대한 조속한 개선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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