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외지점의 실적이 이처럼 형편없는 것은 무책임 경영과 후진적 시스템 때문이다. 산업은행 브라질지점은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마구잡이 대출을 해줘 부실을 키웠다고 한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중이 무려 56.86%에 이른다고 하니 은행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하다. 국내 은행들의 전체 부실대출 비율이 1.7%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황당무계 자체다.
해외지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감독이 느슨하다 보니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할 수밖에 없다. 각 은행이 금감원에 제출한 내부감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모든 은행 해외지점들은 지난해 평균 5건 이상의 지적을 받았다. 지적사항 가운데는 공금 횡령, 법인카드의 개인용도 전용 등 직원들의 비리·부패와 관련된 게 상당수였다. 은행들이 해외지점을 고생한 직원들이 잠시 쉬다 오는 곳 정도로 여기니 경쟁력이 생길 수 있겠는가.
이같이 영업력이 형편없다 보니 해외지점의 주고객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대부분인 게 현실이다. 코리아타운을 맴돌면서 국내 업체를 상대로 제 살 깎아먹기식 금리경쟁만 벌이는 것이다. 시장개척이라고 해봤자 동남아시아 등에서 위험한 고금리 대출장사를 하다가 부실대출에 노출되는 게 고작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은행과 함께 감독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횡령사건에서 보듯이 평소에는 손 놓고 있다가 사고가 난 뒤에야 부랴부랴 땜질 처방에 나서는 게 그간의 관행이다. 적극적인 사전감사를 통해 부실이 드러난 해외지점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할 것이다. 방만경영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가 본점의 증자를 받고 겨우 연명한 산업은행 브라질지점 같은 사례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을 방치하는 건 금융업 공멸의 지름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