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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추천은 매도신호?
입력2002-08-08 00:00:00
수정
2002.08.08 00:00:00
'증권사가 강력매수 추천을 했으니 팔아라', '애널리스트 말을 믿는 사람이 아직도 있나'.
증권정보제공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이런 내용의 글을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다. 손해를 본 일부 투자자들의 화풀이성 넋두리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글의 호응 범위나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이는 증권사와 거기에 소속된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투자자들, 특히 일반 소액투자자들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가를 잘 보여준다.
이런 불신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시장 및 주가 분석이 잘 맞지 않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의 몇가지 사례를 보자. 몇몇 증권사가 화학업종의 전망이 좋다며 '비중확대' 투자의견을 내놓았는데 다음날 업종 지수는 무려 5% 넘게 빠지며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웬만한 투자자는 다 아는 유명 애널리스트가 '강력매수'추천한 코스닥시장의 C사 주식은 보고서가 나온 날 반짝 상승하더니 그 다음날부터 미끄럼을 타기 시작해 한달 만에 반 토막 났다.
외국계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UBS워버그증권의 '삼성전자 분석보고서'파문이후 아주 신중해진 것으로 전해지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 모 증권사는 한 오락기업의 적정주가를 당시주가보다 30%이상 높게 평가,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일 팔자물량이 가장 많이 쏟아진 곳은 바로 그 증권사 창구였고 주가도 맥을 못췄다.
문제는 이 같은 헤아릴 수없을 만큼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엉터리 분석이 애널리스트들의 실수나 능력부족 때문이 아니라 '뭔가 흑막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특정 세력이나 기관투자자들이 미리 해당종목 주식을 사놓고 애널리스트들은 장밋빛 분석보고서를 내 정보력이 약한 소액투자자들을 끌어들여 결과적으로 순진한 개미들만 당하게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나 애널리스트들로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겠지만 이렇게 믿는 일반투자자들이 너무 많은게 지금의 실정이고 이것이 증시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명성이 증시 활성화와 발전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됨에 따라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의 업무에 대한 규제ㆍ감시도 강화되고 있다.
증권업협회의 '증권사 영업행위에 관한 규정'은 증권사나 애널리스트들이 해서는 안 되는 제한ㆍ금지 조항이 속속 생기면서 시간이 갈수록 페이지 수가 늘고 있다.
8월부터는 증권사들이 업무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회사에 대해서는 리서치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했고 애널리스트들은 담담업종 주식매매를 할 수 없게 됐다.
감독당국은 조사분석자료 불법 사전유출 등 증권사ㆍ애널리스트등의 각종 규정위반 여부에 대한 일제조사를 실시, 위반자를 강력 처벌하겠다며 감시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규제와 감시 강화는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의 모럴 해저드를 막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당사자들의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어떤 사안이든 제도가 아무리 완벽하게 바뀌어도 사람들의 행태가 바뀌지않으면 별 소용이 없는 일이다.
예컨대 애널리스트들에게 담당업종 주식매매를 할 수 없도록 했지만 차명계좌를 통한 거래 등 마음만 먹으면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주가 예측은 어려운 일이다. 오죽하면 신의 영역이라고 하겠는가. 당연히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과 분석도 틀릴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투자자들에게 '무언가 저의가 있는 행위'로 인식되어지는 현상은 시장참여자들, 특히 증권사나 애널리스트 스스로에게 도움이 안된다.
시장이 공정치 못하면 투자자들은 외면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증권사가 설 땅이 좁아진다. 물이 없으면 고기가 살 수 없는 일 아닌가.
분석보고서가 매번 정확하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분석보고서의 유통과정만이라도 투명하다면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현우<증권부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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