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기업에 부담을 크게 지우는 준법지원인제를 입법 예고하면서 반(反)기업정책에 대한 재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깊어지고 미국 등 세계경기 침체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정부 정책이 쏟아지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다음에는 또 어떤 옥죄기 조치가 나올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제계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 맞물려 정치권과 정부의 '기업 때리기'가 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럽발 글로벌 재정위기로 경영환경 악화가 전망되는 2012년이 기업에 '악몽의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기업 압박으로 경제추락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기업정책→기업활력 둔화→매출ㆍ투자 감소→고용 감소→성장률 하락→기업실적 악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에 재계는 물론 전문가들까지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하며 대내외 리스크가 크게 높아지는 지금 기업이 본연의 경영활동에 전념하는 동시에 투자활성화 등을 도울 수 있도록 정책전환과 우호적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해외 경기가 좋지 않아 수출이 줄어들면서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오히려 감세철회, 규제 강화, 기업 때리기 등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지금 정부는 투자와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을 펴고 정치권은 경제를 살리기보다 표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재계의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이처럼 높아진 것은 이날 정부가 준법지원인을 의무적으로 두는 기업의 범위를 자산규모 3,000억원 이상으로 정하는 상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자산범위를 너무 낮춰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에까지 혹을 달게 한 셈이다. 이를 계기로 재계에는 '마이동풍'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8ㆍ15 동반성장 천명 이후 줄기차게 휘몰아친 일련의 '기업 때리기' 흐름에 대한 또 한번의 전면적 문제 제기인 셈이다. 실제로 재계는 지난 12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대기업의 의견을 무시하고 초과이익공유제를 관철시키려 하자 13일로 예정된 동반위 본회의를 보이콧했다. 사실상 현 정부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정부에 정면 반기를 든 것이다. 이처럼 일방통행식 기업 정책에 실력행사까지 불사하며 재계가 부작용을 강조해왔지만 좀처럼 의견수렴이 되지 않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정부의 리더십이 뭔지 모르겠다"며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초심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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