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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YS와 이회창


30여년 이상을 법조인으로 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정치에 입문시킨 사람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다. 1993년 출범한 문민정부 초대 감사원장에 이 전 총재를 등용하면서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됐다. 역대 최고의 감사원장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전 총재는 불과 10개월도 채 안 되는 짧은 재임 기간 동안 율곡사업, 평화의 댐 감사 등을 통해 그가 평생 얻게 된 정치적 자산인 '대쪽'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이를 발판으로 그해 12월 국무총리에까지 발탁된다.

총리로서도 이 총재는 자기 색깔이 분명했다. 법치를 강조하던 이 전 총재는 당시 권력의 2인자였던 최형우 내무부 장관을 면전에서 호통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대통령보다 더 유명세를 얻게 되면서 YS와 측근들은 그를 부담스러워했으며 이를 감지한 이 전 총재는 "허수아비 총리는 안 한다"며 불과 127일 만에 자진 사퇴한다. 그럼에도 사퇴한 이 전 총리를 신한국당에 입당시켜 다시 불러들인 이도 YS였다.

두 사람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기 시작한 것은 15대 대선을 전후해서다. 때마침 몰아닥친 경제위기 탓인지 신한국당의 1997년 경선은 8명의 후보가 난립하는 혼전 속에 치러진다. 이 전 총재는 경선에 이겼으나 'YS의 뜻'이라고 알려진 이인제 의원이 경선에 불복해 탈당, 신당을 창당해 독자 출마한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총재는 국면 전환을 위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YS는 그해 11월 신한국당을 탈당하게 된다. 이 전 총재의 대선 패배 원인이었다. 이때의 앙금이 남아 YS는 다음 대선에서도 이 전 총재를 끝까지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 이 전 총재가 지난 23일 YS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면서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글귀를 남겼다. 물을 마시면서 물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생각한다는 뜻으로 YS가 민주화에 남긴 업적을 기리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두 사람의 애증 관계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화해의 길을 찾는가 보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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