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 활황세가 '아랫돌 빼서 웃돌 괴기'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정부가 자화자찬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실상 가계 빚에 기댄 소비인 것이 증명됐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마이너스통장대출은 전월 대비 2조원이나 급증, 5년 5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소비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가계부채는 더 악화시킨 것이다.
고용 착시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2년 5개월 만에 가장 낮고 취업자 수는 5개월 만에 가장 크게 불어나는 등 지표는 개선됐다. 하지만 이 역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따른 반짝 효과로 단순노무직이 많아 내용은 부실하다. 지표와 체감경기 간 괴리가 커지면서 착시현상은 갈수록 심해지는 모습이다.
◇마이너스통장으로 즐긴 블프=한은이 발표한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의 대출 규모는 159조원으로 전월 대비 2조원 늘었다. 이는 삼성생명·만도 등의 주식공개(IPO)로 5조원대 공모주 청약이 몰렸던 지난 2010년 5월(2조7,000억원) 이후 5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한은 관계자는 "추석 연휴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결제자금 수요로 가계 신용대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가액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24조8,000억원으로 전달보다 9조원 증가했다. 이는 2008년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후 가장 큰 폭이다. 기존 최대치는 4월 기록한 8조5,000억원이다. 주택 거래량 증가로 주택담보대출이 전월 대비 7조원 늘었다. 실제로 8월 10만5,000가구였던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9월 9만1,000가구로 줄었다가 10월 들어 11만7,000가구로 대폭 늘었다.
◇임시·일용직 50대 취업자가 전체 75%=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15~29세)실업률은 7.4%로 전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2013년 5월(7.4%)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체 취업자 수도 2,629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34만8,000명 증가했다. 5월(37만9,000명)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고용 호조는 블랙프라이데이 덕이 컸다. 택배원 및 백화점 매장 정리원 등 '단순노무종사자'가 13만6,000명(4.1%·전년 대비) 불어났다. 증가율이 전 직종 중 가장 높았다. 경기가 일시 호전되면서 아르바이트도 크게 늘었다.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3%(10만5,000명) 늘어 36시간 이상 취업자(1.3%·27만8,000명)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통상 9~10월은 대학교가 개강해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농번기로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 고용지표가 개선되는데, 이런 영향도 있었다.
고용의 질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임시직·일용근로직 취업이 많은 50대 이상에서 취업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 50대 이상 취업자는 26만1,000명 늘어나 전체(34만8,000명) 증감 폭 중 75%를 차지했다. 청년 취업자도 숙박·음식업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내년 초 개별소비세 정상화로 소비가 위축될 수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경제 전망도 밝지 않아 고용시장에 대한 낙관은 이르다"고 분석했다. /김상훈기자 세종=이태규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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