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동화책 ‘쿵쿵쿵’은 한없이 크고 영원한 엄마의 사랑을 수많은 선의 반복으로 그린 특유의 붓 그림과 함께 보여준다. 내전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우크라이나의 동화책 ‘론도의 노래’는 전쟁의 비참함과 상처를 다루지만 서정적이고도 평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며 치유의 손길을 내민다. 스웨덴의 ‘핀투스, 너 어디 있니?’나 핀란드의 ‘무민’ 시리즈, 캐나다의 ‘내 모자 어디 갔을까?’ 등의 동화책은 어린이의 눈으로 본 철학과 문화 이야기로 사랑받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유현석)이 창립 25주년 특별전으로 마련한 ‘동화로 만나는 세계’전에 이들 동화책이 총출동했다. 서울 중구 순화동 KF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세계 45개국 28개 언어의 동화책 400여 권이 소개돼 6월 8일까지 선보인다. 언어는 국가 정체성의 중요한 요소이고 언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접하는 ‘동화책’에는 그 나라 문화의 근간이 담긴다. 윤금진 교류협력이사가 수년간 구상해 온 전시로 지난해부터 각국 대사관과 해외 주재 우리 대사관, 외국 대학 등에 협조를 요청해 6대륙의 다양한 동화책을 모았다.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더라도 동화책을 넘기노라면 얼추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농장을 배경으로 한 네덜란드의 숫자 학습용 동화, 둥그스름한 삼각형 하나를 두고 다리미·의자·얼굴·배 등으로 변형해 보는 폴란드 동화, 사람은 물론 코끼리·생쥐 같은 동물들까지 모두 커다란 아몬드형 눈을 가진 아제르바이잔의 동화책 등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언어만큼이나 동화책의 ‘그림체’가 제각각인데 설명이 필요없는 나라별 정체성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프랑스 소설 ‘어린왕자’를 14개 언어로 소개한 ‘어린왕자 섹션’은 다양한 표지, 다양한 언어 낭독으로 세계 문화의 ‘다름과 닮음’을 보여준다. 전시 시간 중 28개 주한 외국 대사관이 참여하는 ‘대사님이 읽어주는 동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02)2151-6520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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