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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리 동결 고수하다 깜짝 인하 발표한 한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의 연 1.5%에서 1.25%로 0.25%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의 인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글로벌 교역부진의 정도가 생각보다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한 뒤 “구조조정의 부정적 영향을 선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금리 수준은 충분히 완화적”이라던 이전 입장과는 정반대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안 되고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같이 가야 한다”고도 했다. 금리 인하라는 선수를 친 한은이 정부에 추가경정예산이든 슈퍼재정이든 빨리 행동에 나서라고 재촉하는 모양새다.

금통위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최근 경제상황은 최악이다. 내수·수출 동반부진에 구조조정 쇼크까지 겹치면서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게다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고용지표 부진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는 크게 덜었다. 금통위로서는 지금이 금리를 내릴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그러나 금리 인하가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제로 약발이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두 차례 금리를 내렸지만 성장률은 2.6%대로 추락했고 투자·소비 모두 바닥을 기었다. 지난달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력이 경제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고백한 이유다. 그런데도 한은이 금리 카드를 또다시 꺼낸 것은 외부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더 늘어날 게 뻔하고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만약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세워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 시급한 게 있다. 사회와 경제 전반에 대한 구조개혁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금리 인하나 추경·슈퍼재정 편성은 그다음 문제다. 암에 걸린 환자에게 진통제를 놓는다고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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