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등 우리 제품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조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 기류가 갈수록 세진다는 점이다.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5일 미 상무부는 도금강판 반덤핑 최종판정에서 현대제철의 덤핑마진을 47.8%로, 다른 철강업체는 31.7%로 책정했다. 모두 3%대였던 지난해 12월의 예비판정 때와 비교하면 10배가 훨씬 넘는 관세폭탄이다.
올 들어 미국의 통상압력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두 달 전 합금철을 생산하는 우진산업·코반 등 중소기업을 겨냥한 덤핑 조사를 시작했을 정도다. 최근에는 한국산 자동차 수출시 미국 선박 이용을 요구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미국의 통상압력이 갈수록 전방위적이고 노골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1월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불공정무역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집행관 인력 3배 증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벌써부터 집권시 슈퍼 301조 등 강력한 수입규제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선제대응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나 의회에 자세한 소명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설득작업에 나서는 게 급하다. 각국의 무역규제 움직임이 파악되면 경고음을 울리는 이른바 무역규제 조기경보 시스템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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