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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기보배 "금메달 맛은 엄마의 김치찌개 맛"

내가 못 쏴도 동료 있다는 믿음에 부담감도 사라져

장혜진은 뒤 주자에 여유 주는 퀵 슈터, 발톱 빠지는 고통도 잊은 세계 1위 최미선, 10점 해결사 기보배

5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삼보드로무 양궁장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경기에서 기보배 선수가 밝은 모습으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3명이 하나가 돼 합작한 대기록이었지만 각자가 느끼는 금메달의 ‘맛’은 다 달랐다. 기보배(28·광주시청)는 “엄마가 끓여주신 김치찌개의 맛”이라고 했고 장혜진(29·LH)은 “무지개 빛 솜사탕 맛”이라고 했다. 최미선(20·광주여대)은 “저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해 언니들을 웃게 했다.

여자양궁 대표팀 기보배와 장혜진, 최미선이 리우 올림픽 단체전 결승에 앞서 한 일은 직전 경기인 3·4위전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결전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작전회의라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이들에겐 ‘하던 대로’가 최고의 작전이었다.

리우의 삼보드로무 양궁장은 사대 옆의 어두운 구석이 선수대기석이다. 이곳에서 한국 대표팀은 마치 연습경기를 앞둔 듯 편안한 표정으로 다른 경기를 보며 결승을 기다렸다. 경비 중이던 펜스 밖의 브라질 군인이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자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다.

이어 시작된 결승전. 양창훈 여자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은 머리를 모으고 짧고 굵게 ‘파이팅’을 외치고는 사대로 향했다.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했던 대만을 4강에서 세트점수 5대1로 누른 한국에 러시아와의 결승은 싱겁기까지 했다. 역시 세트점수 5대1(58-49 55-51 51-51)로 러시아를 격파했다. 기보배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토록 바라고 원하던 올림픽 8연패를 선수뿐 아니라 임원과 지도자의 피나는 노력으로 달성한 것이다. 잔뜩 흐리던 하늘은 결승이 끝나자마자 약한 비를 뿌렸고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빗속에서 눈물을 훔쳤다.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선발전을 뚫은 3명은 ‘너만 믿는다’는 구호 아래 한국 여자양궁의 위대한 계보를 28년으로 연장했다. 주장 장혜진은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더 팀워크를 믿고 의지했다. 그 놀라운 힘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세트에서 막내 최미선이 8점, 7점으로 흔들릴 때 장혜진과 기보배는 4발 모두를 10점에 꽂아넣으며 최미선의 실수를 지워버렸다. 세계랭킹 1위 최미선은 3세트에서 다시 10점을 쏘며 언니들의 응원에 보답했다. 결국 한국은 8강부터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운영으로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양창훈 감독은 쾌활하고 파이팅 넘치는 장혜진을 첫 주자로, 경험이 많아 무난하게 큰 실수 없이 쏴줄 수 있다고 믿은 기보배는 마지막 주자로 내보냈다. 세계 1위지만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은 최미선에게는 중간 역할을 맡겼다.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주저 없이 화살을 놓는 ‘퀵 슈터’ 장혜진 덕에 뒤 주자들은 제한시간 걱정을 덜고 부담 없이 자신의 경기를 펼쳤다. 기보배는 “앞 선수들이 8점, 8점을 쐈을 때도 결국 자기 위치를 찾아줄 거라고 믿었고 제 자신한테만 최대한 집중했다”고 돌아봤고 최미선은 “언니들을 믿으면서 했기 때문에 8연패에 대한 부담도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 3명은 지난 4월 대표 선발전 이후 새벽부터 밤10시까지 같이 눈뜨고 같이 잠들며 동고동락했다. 이번 올림픽을 대비해서는 체력훈련의 강도가 유독 높았는데 최미선은 운동장 20바퀴씩 뛰는 훈련을 발톱이 빠진 줄도 모르고 소화할 정도로 독하게 금메달을 준비했다. 경기에 나가기 전 양 감독과 머리를 맞대고 파이팅을 외치는 ‘의식’은 훈련 때도 늘 하던 것이었다. 양 감독은 “서로 기가 통해서 하나가 돼야 한다는 의미로 훈련과정부터 실전까지 똑같이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리우데자네이루=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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