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열린 정례회의에서 ECB가 통화정책 동결을 발표한 후 금융시장에서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 국채를 던지는 투자자들의 매도가 몰리면서 국채금리가 급등(국채가격 하락)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전날보다 0.075%포인트 오른 1.614%에 달해 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30년 만기 국채는 0.086%포인트 뛴 2.322%를 나타냈다. 10년 만기 독일 국채금리도 전날보다 0.064%포인트 올라 -0.056%로 마이너스 폭을 줄였다. 드라기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 때 양적완화 연장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히자 실망한 투자자들이 국채를 내다 판 것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ECB가 이번 회의 때 내년 3월에 끝나는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연장하기 위한 논의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드라기 총재가 중앙은행 통화완화에 대한 시장의 과열된 기대를 낮추기 위해 이같이 발언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지금까지 드라기 총재의 경기하방 리스크 언급을 추가 완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온 시장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이러한 발언은 “(추가 완화를 위한) 행동에 나설 의지와 역량,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검증, 총괄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ECB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에 정책을 동결한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지만 ECB가 향후 어떤 부양책을 동원할 수 있는지 설명을 확대하지 못한 것은 우려스럽다”며 “ECB 총재가 분명히 더 많은 것을 언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추가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책은 말하지 않는 모순”이라며 “시장의 기대를 붙잡아둘 정책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함축하는 연준의 메시지도 금융시장에 해답을 주기보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달 말 잭슨홀미팅에서 “미국 금리 인상의 근거가 강화됐다”며 금리 인상 시점이 임박했다는 시장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지만 그로부터 불과 2주도 안 돼 연준이 내놓은 9월 베이지북은 3개월 전보다 박한 미국 경기평가를 제시하며 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를 꺾어놓았다. 옐런의 잭슨홀 발언 이후 달러당 100엔대에서 단숨에 102엔대로 급락한 엔화가치는 이후 달러당 103엔대로 추가 하락했다가 예상보다 나쁜 경기지표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떨어지자 다시 101엔대로 급등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KKR의 헨리 맥비 글로벌거시 대표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각은 옐런 의장 등의 발언을 잘못 읽었기 때문”이라며 “연준의 비둘기파적 초저금리 정책이 적어도 오는 202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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