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안팎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아이폰7과 애플워치2를 야심 차게 대중에게 공개했지만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직면한 것은 물론 실적부진에 따른 판매량 미공개로 구설수에 올랐다. 여기에 최근 유럽연합(EU)의 대규모 추징금 부과 이후 미국 의회까지 나서 세금 회피를 비난하면서 크고 작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8일 애플은 전날 모습을 드러낸 아이폰7의 첫주 말 선주문 물량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초기 판매는 수요가 아닌 공급에 좌우될 수량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애플은 향후 신제품 수요를 가늠할 지표 중 하나인 첫 24시간 주문량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8년간 신제품을 공개할 때마다 초기 판매실적을 자랑스럽게 발표했던 애플의 행적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헤드폰 잭이 없는 아이폰7에 대한 소비자 반발 등을 고려해 애플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했다. 함께 공개한 애플워치 시리즈2 역시 전작만 못하다는 평을 들었다는 점도 애플이 정보공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혔다. 애플워치 시리즈2는 기존 시리즈1에서 인기가 폭발했던 골드에디션을 없애고 세라믹을 선택해 소비자들로부터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또 에르메스 에디션은 시곗줄 정도만 달라지는데도 기본형 제품인 스포츠밴드(549달러)보다 훨씬 비싼 1,499달러로 책정돼 논란을 빚었다.
주식시장의 반응도 차가웠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아이폰7 등의 판매 저조를 점치는 전망으로 전날에 비해 2.8% 급락한 105.5달러로 떨어졌다. 이는 최근 52주간 최고가였던 123.82달러 대비 15%나 하락한 것이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인 셰리 스크리브너는 아이폰7이 이전 모델보다 개선됐다면서도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업그레이드 붐을 일으킬 만한 게임체인저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아이폰 신제품 선주문이 가능한 1차 판매국은 28개국으로 아이폰6S 때의 12개국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과거와 비교하기 어렵다”면서도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6S와 6S플러스를 공식 판매한 첫주 말 3일 만에 1,300만대를 팔아치웠던 것을 비교하며 의문을 표했다.
미국 의회에서 부는 법인세 개정 주장 역시 애플에 곤혹스러운 일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애플을 비롯한 미국 대기업의 역외탈세를 강력하게 비난하며 법인세 틀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아일랜드의 감세 혜택으로 애플이 2003~2014년 천문학적인 세금을 불법으로 감면받았다는 EU 집행위원회(EC)의 결정을 언급하며 “EU의 발표는 대기업이 납세를 피해 숨을 곳이 없어졌음을 보여주는 일”이라면서 “다국적기업들의 의무 회피를 수십 년 동안 가능하게 만들어준 미국의 법인세법을 이제 의회가 고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특히 워런 의원은 애플을 에둘러 비판하며 “다른 선진국들이 납세 관행에 채찍을 드니 갑자기 탈세자들이 벌어놓은 돈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겠다고 한다”면서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서민과 소기업이 늘 해오던 것처럼 그들도 자신들의 정당한 몫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EC의 결정이 나온 직후 애플이 국외에 쌓아둔 현금 중 일부를 미국으로 가져와 수조 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지적이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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