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5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은 분명한 의사 표현으로 해석된다. 국제적인 대북 제재와 핵과 각종 탄도미사일 실험이라는 북한의 반발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단행된 4차 핵실험과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로 중국과 러시아까지 포함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정면으로 맞받아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정권수립 기념일의 전격적 핵실험으로 내부 주민들의 동요를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물가가 오르고 주민들의 생활이 더욱 곤궁해지는 상황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며 ‘자위용 핵무기’ 개발을 잇따라 과시하며 내부 결속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마주 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처럼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풀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미 개성공단 폐쇄를 포함해 대북 제재 수단을 모두 활용한 마당이어서 새로운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의 대북 강경 기조를 더욱 강하게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북한대로 여기에 맞서고 있다. 무엇보다 핵실험 주기가 짧아졌다. 지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래 4차 핵실험까지 북한은 2년 7개월, 3년 9개월, 2년 11개월이라는 핵실험 주기를 유지해왔다. 약 3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핵 실험을 강행해온 북한이 불과 8개월 만에 5차 핵실험을 치른 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핵실험 주기 단축으로 한반도 긴장이 상시화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실험을 준비하는 한편으로 각종 탄도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인공위성 발사 실험을 빙자한 대륙 간 탄도탄(ICBM) 등을 잇따라 개발하며 긴장 수위를 더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 3월 “이른 시일 내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하라”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가 그대로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대북 제재 강화를 강조하고 있으나 내심으로는 고민이다. 이미 강도 높은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터라 추가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정치 외교적 압박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태세를 이례적으로 밝힌 점은 긴장과 대립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군은 우리 군이 순항미사일 등 충분한 보복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와 주한미군이 추진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도 추진력을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 독자 핵무장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론도 공감대를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반도 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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