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값은 3.3㎡당 1,853만8,400원으로 지난 2010년 3월의 최고점(1,848만500원)을 6년6개월 만에 넘어섰다. ‘8·25가계부채’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값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봤다. 여기에 8·25가계부채 대책을 정부의 의도와 달리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 신호로 받아들여 실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까지 자극하면서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강남 지역 부동산중개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 재건축아파트 단지인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42㎡형의 최저가 매물은 최근 일주일 사이 9억8,500만원에서 10억5,000만원으로 호가가 급등했다. 대책 발표 후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투자 문의가 늘고 집값 상승 조짐이 보이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고 있다.
은마아파트도 비슷하다. 대책 발표 직후 지난달 말 11억1,000만~11억9,000만원 정도였던 102㎡형이 최근에는 11억7,000만~12억3,000만원까지 껑충 뛰었다. 개포동 T공인 관계자는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7,000만원까지 가격을 올려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일반아파트 가격도 최근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일 기준 재건축아파트를 제외한 서울 일반아파트의 주간 상승률은 0.23%를 기록하면서 전주(0.17%)보다 상승폭이 0.06%포인트 확대됐다.
실제 강남구 수서동 신동아아파트 69㎡형은 최근 일주일 사이 1,500만원 정도 오른 5억9,000만원 안팎에 호가가 형성됐고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109㎡형도 10억8,000만원으로 2,000만원 정도 올랐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집값 급등세는 저금리에 더해 8·25가계부채 대책을 바라보는 시장의 관점이 ‘공급과잉 우려’보다는 ‘공급축소로 인한 집값 상승’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애초 8·25 대책은 시장에 악재”였다며 “공급과잉이 우려돼 정부가 조절에 나서겠다고 한 것을 시장은 공급축소에 따른 가격 상승만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같은 급등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길면 연말까지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바탕으로 한 서울 지역의 집값 강세가 유지되겠지만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시장에 악재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연되고 있는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국내 주택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고 연말부터 늘어나는 아파트 입주물량은 기존 재고 주택 시장에 공급을 늘려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상반기에 우려했던 금리 인상 등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도 단단하지 않다”며 “연말까지는 현재의 분위기가 급변할 가능성은 낮지만 정책과 거시경제 변수 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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