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대작 논란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겸 화가 조영남(71)씨가 오늘 첫 재판에서 “나는 사기 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오윤경 판사) 심리로 10일 열린 첫 공판에서 조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일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속이려는 고의가 없었으며, 그림 구매자에게 이를 알릴 의무도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미술 분야에서는 상당 부분 조수를 쓰는 게 많다”며 조씨도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사기나 기망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에서는 처음에 덧칠 등을 (조수가) 90% 했다고 했는데 몇 퍼센트를 그렸는지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며 “모든 작품의 아이디어는 조씨가 낸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저는 사기를 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사기를 쳤거나 치려고 마음먹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터뷰할 때 외국에서는 조수를 수없이 쓰는 게 관례라고 말했는데 국내 작가 중에서 그 말을 곡해한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조수를 안 쓰고 묵묵히 창작하는 화가들에게는 죄송하고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월 중순까지 송모(61) 씨 등 대작 화가에게 자신의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가벼운 덧칠 작업을 거쳐 17명에게 21점을 팔아 1억 5,3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 6월 재판에 넘겨졌다. 조 씨의 매니저 장모(45) 씨는 조씨의 범행에 가담해 3명에게 대작 그림 5점을 팔아 2,68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애초 조 씨는 춘천지검 속초지청에서 기소돼 속초지원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조씨가 거주지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요청해 재판 관할권이 서울중앙지법으로 넘어왔다.
재판부는 11월 21일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토대로 다시 한 번 공판을 열 예정이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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