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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금리 묶은 금통위… "트럼프 효과 지켜 보자"

1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경제DB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5개월째 묶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 미치는 효과를 더 지켜보자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대가 어디에 쏠리느냐에 따라 자본유출이 현실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칫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가는 여기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결정된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원50전 급등했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 예상보다 등락 폭이 작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6월 24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될 당시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29원70전 오른 바 있다. 우리 경제와 연계성이 훨씬 큰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에도 외환시장 반응은 이보다 덜했던 셈이다.

전문가들이 외환시장 충격이 하루 이틀 만에 끝나지 않고 새 행정부 경제정책의 윤곽이 차츰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이틀 만에 증가 폭을 1원10전까지 줄이면서 안정세로 접어드는가 싶었지만 삼 일째인 11일엔 전일 종가 대비 12원10전 뛰어 올랐다.

주춤하는 가 싶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10월 들어 다시 가팔라진 것도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전일 발표된 한은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7조5,000억원 증가했다. 정부의 8·25 대책 이후 9월 은행 가계대출은 6조원 늘어, 8월(8조6,000억원) 대비 증가 폭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대책에 본격적으로 효과를 내기 시작한 10월 들어서 되레 증가 폭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국내 경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당장 4·4분기 들어 성장세를 떠받치던 건설투자가 급감하면서 성장률도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외 IB들도 한국의 올 4분기 경제성장률 둔화 폭이 커지고, 경기회복이 지연돼 성장의 하방 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HSBC, 노무라증권 등은 올 4분기 들어 한국의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고, 내년 2분기까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 한은은 다음 달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정대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강 달러 기조가 강화하면서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는 어려워진다. 특히 트럼프도 후보자 시절부터 연준의 저금리 기조에 맹공을 가한 바 있어 되레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모건스탠리 등 IB는 저성장이 계속될 경우 한은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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