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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 US 긴급 진단 ¦ 트럼프가 공약을 이행하면 경제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6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트럼프의 통상 공약만으로도 근로자들은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의 충격적인 미 대선 승리는 미래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보단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직이나 군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 백악관의 주인이 된 건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정책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고,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선 종종 말을 바꾸기도 했다. 미 국민들이 이런 인물을 선출함으로써 불확실성도 그만큼 더 커졌다.

트럼프의 국내 정책에 구심점이 있다면, 불법 이민 단속과 FTA 폐기라는 포퓰리즘적 이슈일 것이다. 이 두 문제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트럼프 리더십’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2015년 6월 대선 출마 연설에서 불법체류자에 대해 “대부분 강간범과 마약상”이라고 주장하는 등 과격한 발언을 해왔다. 그는 이민자 집단추방과 함께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워 불법입국을 막는다는 정책을 대선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당선인의 비교적 최근 발언은 그가 공약한 반(反)이민자 정책과 상충하고 있다. 2012년 트럼프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시민권 취득을 포함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면적 이민 제도 개혁을 공화당이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이 “중도적”이라고 밝혔고, 준법 정신과 근면성이 입증된 불법 이민자에겐 합법적인 구제의 길을 제공하는 데에도 동의했다.

대통령 트럼프가 대선 기간에 제시했던 강성 노선을 추구한다 해도, 이를 가로막는 현실적·정치적 장애물은 상당할 듯하다. 경제에 끼치는 부담만 해도 만만찮다. 우파 성향 싱크탱크 아메리칸 액션 포럼 American Action Forum의 5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모든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고 재입국을 금지하는 데엔 4,000억~6,000억 달러가 소요되고, 그 여파로 실질 GDP가 1조 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이유 등을 들어 시민권 부여를 지지하는 공화당 상공회의소 계열은 이민자 추방을 적극적으로 반대할 공산이 크다. 기업 마인드가 있는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수가 트럼프 노선을 따를 것인가에 따라 정통 보수주의의 트럼프화(化) 수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과격 성향을 버린다 해도, 전임자의 결정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미성년자 때 미국에 도착한 이민자 80만 명에게 2년간의 근로비자를 제공한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은 트럼프의 서명 한 번으로 무력화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할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이 문제에 대해 전면 개혁을 추진했지만, 하원에서 공화당의 반발에 부딪혔다. 청소년 추방유예조치(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 DACA)라 불리는 이 조치는 여전히 미완의 정책으로 남아있다.

한편 반(反)통상정책은 표심을 사로잡은 주요 공약이었던 만큼 좀 더 과감하게 추진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전통 공업지대인 북동부 러스트 벨트 Rust Belt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주)는 노동 계층 밀집지대다. 이 지역 유권자들은 수십 년간의 투표 성향을 깨고 트럼프를 선택해 예측 전문가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들은 트럼프가 수십 년간의 산업 공동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장한 보호무역 공약의 이행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당선인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과 멕시코산 물품에 대한 관세 상향 조정,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한 무역협정의 폐기 혹은 재협상 등 각종 공격적인 정책을 옹호한 바 있다(이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2기 행정부 핵심 과제로 야심 차게 추진했던 12개국 무역 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사망 선고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지난 11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반대 시위가 열렸다. 멕시코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는 히스패닉계의 한 청년이 눈길을 끈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는 지난 9월 ‘트럼프의 공약에 따라 자유무역 기조가 후퇴할 경우, 미국에서 경기침체와 함께 4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대통령에겐 단독으로 무역협정 폐기를 추진할 수 있는 상당한 법적 권한이 있다. 피터슨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세기에 제정된 여러 법에 따라 대통령은 관세 부과나 수입량 제한을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NAFTA 탈퇴는 대통령의 서면 통보만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반대파들이 쓸 수 있는 저지 수단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소송이나 새로운 법 제정을 통해 대통령의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것도 무역 상대국들의 보복 조치와 보조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서 그 누구의 저지도 없이 무역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선인은 부담적정보험법(Affordable Care Act), 일명 오바마케어의 신속한 폐지도 공약했다. 하지만 이미 6년 전 발효된 법과 그로 인한 보건업계의 변화를 뿌리째 뽑아내는 작업은 심각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율 인하 공약의 경우 의회의 추가적 지지를 필요로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합류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공약이 실행될 경우 일시적 경기부양 효과는 있겠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채가 10년간 5조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훨씬 더 큰 부작용이 예상된다. 펜 와튼 예산 모델(Penn Wharton Budget Model)과 세금정책센터(Tax Policy Center) 두 민간연구기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의 공약대로 세제를 개혁할 경우 2027년까지 GDP는 0.43% 감소하고, 일자리는 69만 2,000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임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양당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분야도 하나 있다. 지난 달 말 트럼프 진영은 인프라에 1조 달러를 투자한다는 공약(그의 경제 담당 자문이 밝힌 내용이다)을 발표했다. 의회를 설득해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에 총 1,370억 달러 규모의 세액공제를 제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한 도로, 교량 및 기타 공공 건설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인프라 관련 재정지출은 클린턴 후보의 일자리 창출 계획의 핵심이었다.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무너진 공공근로를 되살리고 저비용으로 경제 성장을 유도하는 효과적 방안이라는 것에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는 취임 후 경제 외에도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 중 일부는 온전히 트럼프 자신의 판단에 달려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트럼프는 자신의 정적들에 대한 복수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사건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임명, 공화당 내 반대파 공격을 위한 특별 정치활동위원위원회(super PAC · 슈퍼팩) 구성,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에 대한 고소 등이 그것이다. 이런 자살 행위에 시간을 낭비할지는 트럼프 본인이 결정할 문제다.

트럼프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중국과 이란,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이 트럼프의 고립주의적 성향을 시험하기 위해 적당한 기회를 물색하며, (자국 영토 내에선 아니더라도) 국제적 영향력을 확장하려 시도할 수 있다. 이들 국가가 미국의 동맹국과 충돌할 경우, 미국에게도 동맹국으로서 방어 의무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정말 불투명한 미지수가 남아 있다. 새 대통령이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과정에서 예상 밖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선거 결과 발표와 함께 도박사들의 결과 예측은 끝났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예측이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혼란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Tory Newm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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