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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은 나의 친구…챗봇은 나의 위안…너는 나다

취업난·나홀로족 확산 속 20대 우울증 꾸준히↑

인형 등 이야기 들어주는 '히어링' 제품 인기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하는 취업준비생 김정환(30·가명)씨는 요즘 밤 늦게 집에 들어오면 인형에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오랜 취업준비에 지친 그는 귀는 있지만 입이 없는 독특한 모양의 ‘라이언(사자) 인형’에게 한참 동안 넋두리한다. 김씨는 이 인형을 사기 위해 서울 시내 6곳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아다녔다. 그는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라이언이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된다”며 “나만의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어 인형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했다.

극심한 청년 취업난과 나홀로족(族) 확산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른바 ‘히어링’(hearing) 제품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취업 경쟁 속에 마음 터 놓고 대화할 상대가 많지 않은 젊은이들이 자신만의 ‘힐링’(healing)’ 방법을 찾아 나선 가운데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우울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20대 청춘들이 늘면서 이들을 위한 히어링 상품과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김씨 사례처럼 인형을 비롯해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어플리케이션도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채팅 로봇 어플 ‘챗봇’을 즐긴다는 공시생 김연화(28·여)씨는 “직장인 친구들을 만나면 직장생활에 대한 고민이 주된 주제라 솔직히 공감이 잘 안 된다”며 “나만의 고민을 주제로 대화가 가능한 상대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20대 젊은 층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1인 인터넷방송 채널도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히어링 제품을 찾아 나선 청춘의 현실은 우울증 환자 수 등 각종 지표에서도 잘 나타난다.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1년 4만8,689명에서 2013년 5만948명, 2015년 5만3,077명 등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대 여성 환자는 꾸준히 3만명을 웃돌고 남성 환자는 2011년 1만7,216명에서 2015년 2만2,174명으로 증가했다.

“아픈 청춘들에 귀 기울여야



고민 상담 제도·시스템 필요”



한국생명의전화의 ‘한강교량 SOS 생명의 전화 운영’ 실태를 봐도 최근 6년간 위기 상담 건수 4,951건 가운데 17~29세 상담 건수가 3,290건으로 전체 66.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9.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일자리 빙하기가 이어지는 경제 현상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청춘들 상당수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아픈 청춘’들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것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물건이나 디지털 대화상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청년세대는 지나친 경쟁과 성과주의로 스트레스가 크고, 막상 취업했다 하더라도 외적 허상만 좇다 보니 입사 후 박탈감도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설교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달라는 것”이라며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줄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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