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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한옥 감싸안은 대성전...정겨움·성스러움 공존하다

■북촌 한옥마을에 녹아든 '가회동성당'

  • 노희영 기자
  • 2017-05-26 18:43:04
  • 기획·연재

건축과 도시, 가회동성당, 북촌, 한옥마을

[건축과 도시] 한옥 감싸안은 대성전...정겨움·성스러움 공존하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성당 안마당에서 바라본 성전의 모습. 왼쪽에 보이는 한옥이 ‘ㄴ’자로, 양옥의 성전은 ‘ㄱ’자로 위치해 ‘ㅁ’ 모양으로 완성을 이룬다. /송은석기자
[건축과 도시] 한옥 감싸안은 대성전...정겨움·성스러움 공존하다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로 둘러싸인 현대인들에게 한옥은 매력적인 대상이다. 한국 전통의 곡선이 살아 있는 지붕 처마와 야트막한 단층 건물, 아기자기한 앞마당은 상상만 해도 여유로움과 정겨움이 느껴진다. 한옥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터.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에 있는 ‘가회동성당’은 이런 한옥에 대한 현대인들의 로망을 잠시나마 충족해줄 공간이다. 북촌로 큰 도로변에 위치한 성당은 전면부에 한옥을 내세워 주변 경관들과 어우러져 있다. 십자가나 종탑도 드러나지 않아 밖에서만 보면 성당인지 눈치채기도 쉽지 않다. 슬며시 들어가 사랑채 역할을 하는 한옥 쪽마루에 걸터앉으니 절로 휴식이 되는 기분이다.

한옥·양옥의 자연스런 만남

‘ㄴ’자 모양 한옥 뒤로 ‘ㄱ’자 본당 배치

옥상 ‘하늘마당’ 오르면 기와지붕 물결

살짝 오르막인 성당 정문을 거쳐 안마당에 이르러서야 ‘이곳이 성당이구나’ 느낄 수 있다. 성당 본연의 역할을 하는 석조 양옥이 ‘ㄱ’자 형태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지붕 위 십자가와 종탑도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섰다. 신도들이나 일반 방문객들의 친교의 공간이 되는 목조 한옥은 ‘ㄴ’자 모양으로 전면에 위치한다. 한옥과 양옥이 마당을 중심으로 ‘ㅁ’자 모양을 이루며 공간을 완성하는 모양새다. 한옥과 양옥이 하나의 마당에 함께 있는데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이런 모습을 두고 가회동성당 측은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선비와 벽안의 외국인 사제가 어깨동무하는 형상”이라고 표현했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부족한 기능성은 서양 건축으로 보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옥과 양옥이 교감하듯 서로 감싸 안는 모양새다.

[건축과 도시] 한옥 감싸안은 대성전...정겨움·성스러움 공존하다
가회동성당의 사랑채 역할을 하는 한옥. 성당측은 일주일에 한차례 일반에 개방하고 무료 커피도 대접한다. /송은석기자
[건축과 도시] 한옥 감싸안은 대성전...정겨움·성스러움 공존하다
성당 옥상 ‘하늘정원’에서 바라본 풍경. /송은석기자
성당 옥상의 ‘하늘마당’에 오르면 북촌 일대 한옥들의 기와지붕이 물결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개발지역의 용도상 주변에 높은 건물이 들어설 수 없지만 가회동성당은 종교시설이어서 12m까지 높이를 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유일한 전망대가 됐다. 초기에는 일반에도 옥상을 상시 개방했으나 주변 민원 및 안전 등의 문제로 출입을 제한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 1949년 설립된 가회동성당은 성전이 낡아 안전에 우려가 생기자 2011년 옛 성전을 허물고 현재의 건물을 짓게 됐다. 건축사사무소 오퍼스가 설계를 맡아 2013년 11월 준공했다. 우대성 오퍼스 공동대표는 “작은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북촌에서 부지가 1,000평이나 되는 성당은 자칫 주변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에 존재가 너무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공공성과 폐쇄성이 동시에

한옥 사랑채 개방해 ‘친교의 공간’으로

자연채광 쏟아지는 성전은 고요·경건

종교시설임에도 가회동성당은 폐쇄성과 공공성을 함께 지닌 건물이다. 기도를 드리러 오는 신자들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특성을 감안해 관광객이나 순례자들에게도 개방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아예 성당 측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한옥 사랑채를 일반에 공개하고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건축과 도시] 한옥 감싸안은 대성전...정겨움·성스러움 공존하다
가회동성당 대성전 내부. 맨 앞쪽 십자고상과 제대 위로 천창을 내 빛이 내려온다. /송은석기자
[건축과 도시] 한옥 감싸안은 대성전...정겨움·성스러움 공존하다
성당 대성전 맨 앞쪽의 천창을 올려다 본 모습. /송은석기자
방문객 등으로 시끌시끌한 안마당을 뒤로 하고 양옥 건물의 계단을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우측으로 길이 꺾이고 다시 우측으로 돌면 대성전 입구가 나온다. 성스럽고 조용한 성전을 만들기 위해 건축가가 고민한 동선이다. 우 공동대표는 “개방성과 조용함이 충돌하지 않도록 성전 입구를 제일 안쪽으로 올라가 반대로 들어가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문을 열고 성전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불을 켜지 않아 어두움이 확 덮쳐오는 가운데 제대와 십자고상이 있는 맨 앞쪽 천창에서 빛이 쏟아져 내려온다. 그 모습에 고요하면서도 경건함이 절로 느껴진다. 공공성과 폐쇄성을 모두 갖춘 이런 특성 때문에 1월 결혼한 가수 비와 배우 김태희가 결혼식장으로 이곳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싶다.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품다

주문모 신부 한국 첫 미사집전 관할 성당

지금은 천주교 서울순례길 2코스 시작점

가회동성당은 한국 천주교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중국인 주문모 신부가 입국해 1795년 4월5일 한양 북촌 계동에 있는 최인길(마티아)의 집에서 한국천주교회 역사상 최초의 미사를 집전하고 이후 가회동성당 관할에 거처하며 사목활동을 했다. 가회동성당이 한국 천주교의 첫 본당인 셈이다.
[건축과 도시] 한옥 감싸안은 대성전...정겨움·성스러움 공존하다
가회동성당 한옥 내부의 모습. 오른쪽 아래로 1795년 한국 천주교회 첫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을 재현한 작품이 소장돼 있다. /송은석기자
이 지역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을묘박해 및 신유박해 때 순교한 이도 10명에 이른다. 가회동성당은 천주교 서울순례길 2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1795년 첫 미사의 모습을 작은 인형들로 재현한 작품도 가회동성당의 한옥 사랑채에 소장돼 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우대성 건축사사무소 오퍼스 공동대표

“한옥 성당을 시작으로 옛 풍광의 복원 계속되길”

[건축과 도시] 한옥 감싸안은 대성전...정겨움·성스러움 공존하다
건축사사무소 오퍼스 공동대표 김형종(왼쪽부터), 조성기, 우대성


가회동성당이 위치한 곳은 서울 북촌에서도 ‘한옥을 포기한 동네’ 취급을 받는다. 성당 앞에는 왕복 4차선 도로가 들어섰고 주위에 하나둘씩 현대식 건물들도 세워졌다. 옛 한옥 길의 모습을 잃은 지 오래다. 한옥을 지어야 할 의무도 없다. 이곳에 한옥 성당을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대성 ㈜건축사사무소 오퍼스 공동대표는 “북촌 한옥마을의 옛 풍경을 지키고 싶었다”면서 “한옥 성당을 시작으로 큰길까지 한옥의 풍광이 회복되고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북촌 33번지에서 흘러나온 한옥의 선들이 성당 앞 대로에서 끊어졌지만 미래의 누군가의 노력으로 반대편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설명이다.

우 공동대표의 바람대로 가회동성당이 한옥을 품에 안고 재건축될 무렵 길 건너편에도 작은 한옥 한 채가 새로 지어졌다. 이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모이면 한옥마을의 옛 모습이 복원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또 이 같은 건축가의 생각이 건물에 그대로 담길 수 있었던 것은 건축주의 결단 덕분이었다. 우 공동대표는 “위대한 건축주가 있었기 때문에 가회동성당을 지을 수 있었다”면서 송차선 당시 가회동성당 주임신부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건축가 출신 사제라는 송 신부의 이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가회동성당에는 ‘잘 쓰이는 집’을 만들겠다는 우 공동대표의 건축 철학도 담겼다. 성당을 가장 많이 쓰는 이들은 성당 신자들이겠지만 우 공동대표는 북촌에 위치한 성당의 특성을 살려 관광객이나 순례자 등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우 공동대표는 “북촌 마을에는 돈을 내지 않으면 머물 곳이 없다. 또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방문할 만한 곳도 없다. 사람들이 언제든 부담 없이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당 입구에 방문객들을 배려한 공중 화장실을 만들었을 정도다.

덕분에 성당 안마당은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관광객들이 들러 지친 다리를 쉬어가는 곳이 됐다. 매주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에 있는 결혼식(혼배미사) 하객들도 이곳에 모여 담소를 나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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