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판매 감소로 중국 시장에서 고전 중인 현대자동차가 폭스바겐그룹의 중국 디자인 총괄을 지낸 전문가를 영입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혁신적 디자인을 선보여 단기적으로는 사드 후폭풍에 따른 판매 부진을 극복하고 중장기적으로 제품 경쟁력 강화를 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대차(005380)는 사이먼 로스비(50·사진) 폭스바겐그룹 중국 디자인 총괄을 중국기술연구소 현대차 디자인 담당 상무로 영입한다고 6일 밝혔다.
이달 중순부터 현대차에 합류하게 될 로스비 상무는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과 함께 현대차 중국 디자인 전략과 방향성을 수립하고 중국 시장 특성을 반영한 현지 전략 모델의 디자인 개발을 맡는다.
로스비 상무는 런던대 기계공학과와 영국왕립예술학교 자동차 디자인 석사과정을 거쳐 지난 1991년 롤스로이스와 벤틀리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특히 30대 초반에 벤틀리 선임 디자이너로 임명돼 롤스로이스 ‘실버 세라프’와 벤틀리 ‘아르나지’ 등 다양한 럭셔리카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특히 벤틀리 ‘컨티넨탈 GT’의 1세대 디자인을 주도하면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특히 2008년 폭스바겐그룹의 중국 디자인 총괄로 임명돼 중국 전용모델과 글로벌 모델의 중국형 디자인 개발을 담당한 폭스바겐그룹의 대표적인 ‘중국통’이다. 중국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폭스바겐의 중국 전용모델인 ‘산타나’를 비롯해 ‘뉴 라비다’ ‘중국형 파사트’ 등을 디자인했으며 지난해 출시돼 호평을 받은 ‘라만도’와 ‘피데온’도 로스비 상무가 디자인한 콘셉트카를 양산한 차들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로스비 상무가 앞으로 중국 고객들을 사로잡는 중국 전용모델들의 디자인 개발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중국 시장 및 상품 전략 수립 등 다양한 관점에서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로스비 상무를 중국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전격 영입한 것은 나름 현지 전략형 차종을 개발·출시해 판매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렸지만 글로벌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와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혁신적 디자인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위에둥’과 ‘링샹’ 등 현지 전략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였으나 대부분 국내 판매 차종을 현지화한 것이며 순수 전용 모델은 ‘ix35’ 등 일부에 그친다. 로스비 상무를 중심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한 전용 모델 개발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로스비 상무 영입으로 현대차는 미국·유럽·중국 등 글로벌 3대 시장의 디자인 총괄 책임자를 모두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로 구성하게 됐다. 미국 및 유럽 디자인센터장은 BMW 출신인 크리스토퍼 채프먼과 토마스 뷔르클레가 각각 맡고 있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자동차그룹 디자인 총괄 사장과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이 현대차의 글로벌 디자인 협력 체계를 지휘한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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