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골치 아픈 문제를 지역사회에 떠넘기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인 것이다. 문제는 지자체마다 엇갈린 결정이 내려지면서 소비자들의 혼란만 키우고 출점 자체가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가 기존보다 까다로운 규제를 못 박은데다 지자체의 속성상 목소리 큰 소상공인들의 눈치를 볼 게 뻔하다. 대학이 학생들의 요청으로 기숙사를 늘리려고 해도 원룸 사업자를 의식해 허가를 내주지 않는 구청에 가로막혀 발을 동동 구르는 것만 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잖아도 국회에는 대규모 점포 개설 시 음식점과 미용실 주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지자체에 영업정지 권한까지 부여하는 법안이 대거 제출돼 있다. 하나같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쇼핑 불편을 가중시키는 것 일색이다. 잘 나가던 면세점도 규제 철퇴를 내려 주저앉게 한 당사자가 정부와 정치권인데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데도 언제까지 ‘골목상권 보호’라는 낡은 잣대에 사로잡혀 신산업을 꽁꽁 옭아매는 시대착오적 행태에 머물러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새 정부가 진정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를 살리겠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의 거점 역할을 떠맡는 복합쇼핑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약보다 독이 될 수 있는 무리한 복합쇼핑몰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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