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파업이야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지만 올해 하투 명분으로 내세운 것을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금속노조는 일자리연대기금 제안을 회사 측이 거부했다는 이유로 파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일자리기금은 실체도 불분명한 생색내기용 제안일뿐더러 당사자인 현대차 노조마저 공개적으로 반대한 사안이다. 애초 조합원 동의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도 없는 내용을 논의하자며 억지를 부리는 셈이다. 6년 연속 파업에 들어간다는 현대차 노조는 임금 인상은 물론 정년 65세로 연장, 순이익 30%의 성과급 지급, 해외여행 확대 등을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종사자들로서는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무리한 요구 일색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의 섣부른 개입이 갈등을 키우고 노사관계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속노조는 청와대가 모범사례로 치켜세웠던 일자리기금 협상에 현대차가 나서도록 정부가 압박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일부 국회의원의 지지를 등에 업고 글로벌GM이 철수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장기 발전전략을 담은 실천협약을 만들라고 촉구하고 있다. 친노동 정부가 들어서자 집권 초기에 강하게 밀어붙여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계산이다. 지금 자동차 업계는 독일 아우디가 세계 최초로 완전자율주행차를 선보이는 등 4차 산업혁명의 격랑에 휩싸여 있다. 이런 마당에 총고용 보장 합의나 부르짖는 시대착오적 행태를 고집하다가는 멀쩡한 일자리마저 스스로 걷어차는 날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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