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의원입법의 문제점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왔다.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정부안과 달리 의원입법은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탓이다. 20대 국회 출범 이후 1년 새 의원입법 형태로 2,450건의 법안이 제출됐다. 19대 국회의 두 배 수준이다. 의원입법이 규제의 온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의원입법의 태반이 정부에서 번거로운 규제심사를 피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만든 청부입법이라는 사실이다. 똑같은 정부 입법인데도 의원입법 형식을 취하면 무사 통과된다. 말만 무성했던 규제개혁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폐단을 없애겠다며 규제영향 평가를 의무화한 국회법개정안이 제출돼 있지만 입법권 침해라는 반발에 부딪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새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를 맞아 각종 개혁 관련 법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대거 제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초점을 맞춰 규제입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며 중소기업적합업종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식이다. 하나같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새로운 규제로 옭아매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회에 규제영향 분석을 의무화하고 규제품질관리기구를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여권이 이번에도 일자리 만드는 서비스산업법은 내팽개치고 규제양산법만 쏟아낸다면 민생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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