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경제교실]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해야 하나요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

이중처벌 따른 기업활동 위축 등 보완이 더 급하죠





최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징벌’과 ‘손해배상’은 본래 함께 쓰이기 어색한 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징벌’은 잘못한 사람에게 벌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사회가 정한 법률을 지키지 않은 자에게 벌을 주는 것이고 그 벌을 통해 동일한 위반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손해배상’은 그 위반행위로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보전해서 손해가 없었던 것과 동일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즉 ‘징벌’은 잘못한 사람에게 국가가 벌을 내리는 것이고 ‘손해배상’은 피해자에게 그 손해를 금전적으로 배상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두 단어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고 우리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징벌은 ‘형사소송’, 손해배상은 ‘민사소송’의 대상으로 구분해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징벌적 손해배상은 말 그대로 ‘손해배상’을 ‘징벌’로 사용하는 제도로 기존 법원칙에서 벗어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 함께할 수 없는 제도이지만 사회적 요구에 따라 도입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 이익과 부작용은 무엇일까요

위법행위 재발 방지 실효성 높지만

단순 과실만으로 천문학적 배상

기업 불필요한 소송 휘말릴 소지

형벌권 국가 독점 원칙에도 어긋나

☞ 어떻게 추진하면 될까요

가맹사업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과실 입증책임 가맹본부로 전환



청구 요건도 일반적 손배와 같아

美처럼 대상행위 크게 제한하고

시행 따른 문제점부터 검토해야

징벌적 손해배상은 법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자에 대해 그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벌로서 부과하는 것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제도일 것입니다. 자신이 입은 손해를 충분히 배상받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을 테니까요. 반대로 가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잘못한 것보다 몇 배의 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제도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의 경우 한 번의 위법행위로 문을 닫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러한 점에서 위법행위의 재발방지에 어느 정도 효과적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 또한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피해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송이 남발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둘째, 민사와 형사가 엄격히 구분돼 있는 우리 법체계와도 맞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국가만이 형벌권을 갖도록 한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단 한 번의 법률위반행위를 했을 뿐인데 벌금이나 과징금뿐만 아니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이중처벌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원인들로 기업의 행위가 지나치게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처럼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 국가의 경우 민사와 형사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었다는 역사적 배경 외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통상의 손해배상의 요건 외에 추가적인 요건이 있어야 합니다. 가해자의 ‘악의’ ‘사기적 또는 사악한 동기’ ‘의식적이고 계획적인’ 타인의 권리나 이익의 무시라는 객관적 상황이 존재해야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과실이나 부주의, 착오 등으로 인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사회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위법행위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징벌’과 ‘손해배상’을 함께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최초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나 ‘가맹사업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은 일반적 손해배상의 요건에만 해당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입증 책임을 가맹본부로 전환시킴에 따라 일반적 손해배상보다도 더 쉽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기업에 영향력이 큰 ‘공정거래법’에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형태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확대되면 기업이 단순한 과실로 잘못한 경우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용서받지 못할 악질적인 행위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할 때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모든 제도에는 장점과 단점이 함께 존재합니다. 따라서 제도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할 때는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많은 제도입니다. 이 제도만 도입되면 현재 발생하는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제도도입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이뤄진 후에 도입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