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개봉 예정인 영화 ‘희생부활자’ (㈜영화사신세계 ㈜ 바른손이앤에이, 감독 곽경택)는 7년 전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가 살아 돌아와 자신의 아들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곽경택 감독은 박하익 작가의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를 읽고 희생부활자(RV)라는 설정에 단번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대본을 읽은 김해숙은 ‘드디어 왔구나’ 우리나라에 정말 완벽한 스릴러 영화가 왔구나‘라며 쾌재를 불렀을 정도. 희생부활자(RV)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후 진짜 범인을 심판하기 위해 살아 돌아온 사람들을 일컫는 말.
“영화가 해외에 내놔도 손색 없을 만큼 잘 나왔어요. 전개도 빠르지만 반전의 반전 끝에 굉장한 감동도 있는 영화죠.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제가 무서운 영화는 못 보는데 스릴러 영화는 되게 좋아요. 관객들 역시 말초신경까지 초집중해서 보시다가 영화가 끝날 땐 속이 다 시원하실 듯 해요. 나올 때는 감동까지 받아서 가실 수 있어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가 아닌가 생각해요. ‘처음 나온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배우에게 자부심을 준 영화입니다.”
영화 속 엄마 ‘명숙’(김해숙 분)은 7년 만에 살아 돌아와 모두를 놀라게 하고, 이어 가장 끔찍이 아끼던 아들 ‘진홍’(김래원 분)을 공격하며 주위를 더욱 큰 충격에 몰아 넣는다. 이야기의 미스터리를 끌고 나가는 주요 축을 맡은 김해숙은 따뜻한 모성애부터 희생부활자(RV)가 되어 싸늘하게 변한 모습까지 ‘엄마’라는 이름 안에 전혀 다른 모습들을 보여준다.
1974년 MBC 7기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해바라기’ ‘친정엄마’ ‘왕가네 식구들’ ‘아버지가 이상해’ 등에서 다양한 엄마 역할을 소화하며 ‘국민 엄마’로 자리매김한 김해숙에게도 만만치 않은 엄마였다.
“명숙은 사랑하는 아들을 죽이러 온 엄마인데 그 역할이 주는 중압감이 컸어요. 수많은 엄마가 있고 그래서 다양한 엄마가 있잖아요. 그래서 같은 엄마 역할을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매번 다른 ‘엄마’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는 사명감이 커져요. 엄마도 하나의 장르란 생각이 들어요. 그 안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잖아요. ‘엄마’는 가장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단어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힘든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가 ‘엄마’ 잖아요.”
‘엄마’라는 캐릭터 하나에도 수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희생부활자’를 하면서 스스로의 모습에 많이 놀랐다고 한다. “딸이 영화 예고편을 보고 엄마 얼굴이 무섭다고 하더라. 나에게 이런 무서운 모습이 있나 싶었어요. 내 안에 있는 수많은 모습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 속 희생부활자(RV)들은 비가 갑작스레 많이 오는 날 예고도 없이 등장한다. 생명체 근원의 가장 첫 번째 조건이 물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비가 오는 날을 희생부활자(RV) 등장의 조건으로 설정한 것. 영화 속 RV들이 복수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비가 내리는 데, 그들은 내리는 빗속에서도 온 몸에서 발화를 일으키며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렇기에 RV로 분한 김해숙은 물 77톤을 맞으며 고군분투했다. 프로 배우의 내공에 힘입어 영화는 제대로 빛냈다.
“처음엔 저도 그렇게 물을 많이 맞을지 몰랐어요. 거의 매일 비를 맞았어요. 아마 100톤은 맞았을 걸요. 나중에는 비가 안 오면 이상할 정도였으니까요. 처음에는 힘들더니 나중에는 비 맞는 게 익숙해지던걸요. 촬영이 다 끝나고 이걸 내가 어떻게 했지 싶더라고요.“
40년이 넘게 무대를 지키며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배우 김해숙. 그의 인생관은 “억지로 하면 탈이 난다.” 연기관은 “인간으로서의 덕목과 인성을 갖추는 배우가 되자”이다. 또한 그에게 위로가 되는 건 ‘조용히 응원을 보내는 팬들’이다.
“ 억지로 하면 늘 탈이 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살고, 자연스럽게 연기하자고 생각해요. 살다보면 그렇잖아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손에서 놔야 해요. 그래서 말하죠. 소중한 걸 하나 가지면 다른 하나는 버려야 하는 걸 아까워하지 말라고. 연기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억지로 몰입하려고 하면 항상 부작용이 생겨요. 뭐든지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연기 할 수 있어야 해요.”
“배우는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연기로 대신하는 거잖아요. 그렇기에 인간으로서의 덕목과 인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기본적으로 ‘사람’이 되어야 인간의 희로애락도 알 수 있고 연기로도 잘 표현 할 수 있는거니까요.”
김해숙은 매일 한번씩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검색한다고 했다. 댓글도 한번씩 체크한다. 칭찬글들이 많지만 간혹 악플도 보인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기사와 댓글들을 보면서 많은 힘을 얻는다”고 했다.
“저도 기사를 검색할 수 있어요. 호호. 보다보면 되게 재미있어요. 나쁜 글들도 있더라구요. 저도 사람인데, 어떻게 다 저만 좋다고 하겠어요. 젊은 배우가 아니어서 그런지 심한 댓글은 없었어요. 다 제가 수긍할 수 있는 댓글들이었어요. 기사를 검색하면서 느낀 건 많은 분들이 날 사랑해주시고 있구나라는 점이요. 보면서 되게 힘을 많이 얻어요. 보여지는 연기상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멀리서도 나를 알아주고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 이게 정말 값진 상이 아닐까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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