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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세일러 "트럼프 한미FTA 폐기 안될 말...지금은 자유무역 필요한 때"

<노벨경제학상 세일러 교수 단독 인터뷰>

트럼프, 북핵 해결은 커녕 위기조장

글로벌 경제 위기징후 보이는데

변동성 낮은 이유 최대 수수께끼

노후 대비는 퇴직연금으로

개별 투자 절대 하지 말아야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등을 공언하며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그런 행태들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지금은 자유무역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세일러 교수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은커녕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세일러 교수는 9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지명한 후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서울경제신문과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에서 단독 인터뷰를 하며 이같이 밝혔다. .

그는 또 북핵 위기의 당사국인 한국에서 온 기자를 염두에 둔 듯 “북핵 문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잇따라 북측에 강력한 군사옵션으로 위협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대신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세일러 교수는 북핵 위기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내 분야가 아니라 얘기할 만한 것은 없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미 최대 학술단체인 전미경제학회 회장을 지내기도 한 세일러 교수는 국가 정책에 적극 관여하는 시카고 경제학파의 대표 석학으로 주요국 경제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밀턴 프리드먼, 게리 베커 등을 배출한 시카고 경제학파 출신으로는 13번째 노벨상 수상자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에도 글로벌 경제 곳곳에서 위기징후들이 보이는 지금은 자유무역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와 철강·전자제품 등의 수입제한 행위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특히 세일러 교수는 “여전히 세계 곳곳에 리스크와 위기가 널려 있고 그것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면서 “최근 변동성(volatility)이 낮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데 이는 ‘최대 수수께끼(The biggest puzzle)’”라고 지적하며 기업과 가계의 자산관리에 경고를 울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인 천재들의 실화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 ‘빅쇼트(Big Short)’에 카메오로 출연해 미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 등에게 어려운 경제이론을 쉽게 해설해준 바 있는 세일러 교수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나타난 비이성적 행태들은 행동경제학이 실제 작동하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예시”라며 “사람들은 빚을 내 깡통주택을 샀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회사들은 최고 신용등급을 부여받았는데 이는 합리적 경제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선 결과 역시 행동경제학의 설명 범주를 벗어난다. 행동경제학의 대부로 인간의 심리적 영향이 종종 합리적 경제이론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규명한 그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변을 연출하며 승리한 데 대해 “행동경제학자들이라고 해서 ‘트럼프가 부상한’ 배경을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세일러 교수는 40여년간 연구해온 투자와 의사결정, 경제정책 등에 대해 강한 소신을 피력했다. 자산운용사 ‘풀러앤드세일러에셋’의 설립자로 지난 8년간 시장 평균보다 2배가량 높은 512%의 수익률을 기록한 그는 “일반인은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으냐”고 묻자 “미국 근로자라면 401K(세제 혜택이 부여되는 개인 퇴직연금의 일종)에 자금을 많이 배분하는 것이 노후대비용으로 최선의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퇴직연금 다음으로는 운용 비용이 가장 낮은 ‘지수추종형(인덱스)’ 펀드를 고르라”면서 “개별투자는 절대 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개별투자를 금기시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투자 전문가들도 시장 평균 수익률을 넘어서지 못하는데 개인이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합리적이냐”고 되물었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분야에서 사람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과도한 자신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그의 투자철학은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종종 최악의 투자성과를 낸다는 인식과는 달리 그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투자성과를 올렸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세일러 교수가 주도하는 ‘언디스커버드 매니저스 비헤이비어럴 밸류 펀드’는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77%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사이 512%의 투자 수익을 냈으며 또 다른 펀드도 올 들어 시장수익률보다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세일러 교수는 “대부분의 적극적인 투자자들은 거래수수료를 떼고 나면 시장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는 데 그친다”며 “시장 흐름에 따라가라는 것이 나의 충고”라고 강조했다.

어깨를 뚝 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하는 ‘넛지(nudge)’의 공동 저자인 세일러 교수는 “가벼운 동기 부여가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면서 “경제정책을 디자인할 때도 사람들은 바쁘고 정신없고 게으르다는 사실을 고려해 가능한 한 시민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게 주변을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세일러 교수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 자문을 하기도 했으며 과거 영국 보수당인 데이비드 캐머런 내각에 정책 조언을 한 바도 있다.

한편 그는 인터뷰에 앞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과 달리 “나는 스톡홀름에 갈 계획”이라며 “새벽4시에 걸려온 노벨위원회의 전화를 받느라 정말 잘 잤다”고 농담을 던져 시카고대 윈터가든에 모여든 교수·학생들과 기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시카고=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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