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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그리는 도시의 이중성

박순호 브레시트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신작 '경인' 통해 현대인의 방황 등 표현

박순호 브레시트 댄스컴퍼니 예술감독이 무용수들과 연습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세 명의 남자 무용수가 손을 맞잡고 밀고 당기기를 반복한다. 한 명이 당기면 두 명이 당겨지고, 또 한 명이 밀어내면 두 명이 밀린다. 밀당과 팽팽한 긴장, 그리고 이내 세 사람의 몸이 위태로운 균형을 만들어 낸다. 한 무용수가 다른 무용수들의 허벅지와 어깨에 발을 딛는다. 한 사람의 무대를 온전히 다른 이에게 싣기도 한다. 떨림이 커지고 팽팽한 긴장감이 무대에서 객석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오는 13~15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의 ‘경인(京人)’ 공연을 앞두고 만난 박순호(42) 브레시트 댄스컴퍼니 예술감독은 무술 대결처럼 팽팽한 긴장과 이완의 몸짓을 반복하는 세 명의 춤꾼을 지켜보고 있었다. 유도, 그리고 활쏘기 등 스포츠의 에너지를 몸의 언어로 풀어내며 인간 내면의 긴장과 균형을 빗댔던 박 감독이 이번에 눈을 돌린 곳은 방황하는 40대 남성인 자기 자신, 그리고 그를 방황하게 하는 도시의 이중성이다.

접촉즉흥은 한 사람의 무게가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실리는 춤이다. 정철인, 정재우, 류지수 등 ‘경인’의 무용수들이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맨투맨’ 개막을 앞두고 안무 연습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정철인, 정재우, 류지수 등 손을 맞잡은 세 명의 무용수는 서로를 결박한 채로 몸을 움직인다. 박 감독은 이를 두고 “과거에는 절대권력이 눈에 보이는 구속을 했다면 지금은 사람과 사람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의식하며 보이지 않는 구속을 한다”며 “이를 표현하기 위해 무용수들이 서로 손을 잡고 서로의 움직임을 제약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조절하다’로 춤비평가상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했고 독일 탄츠메쎄, 멕시코 세르반티노 축제, 미국 제이콥스 필로우 등 세계적인 무용 축제를 통해 “한국만의 독창적인 현대무용의 힘을 보여준다”는 호평을 받아온 그지만 40대로 접어들며 박 감독은 일종의 제2 사춘기를 겪었다고 한다. 미래에 불안감을 느낀 그는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상을 관찰”해보기로 했다. 본격적인 안무에 앞서 치밀한 리서치를 거치는 박 감독답게 다양한 책과 논문을 살폈는데 노자(老子)의 도덕경에 나오는 ‘오색영인목맹(五色令人目盲·오만가지 색깔이 눈을 멀게 한다)’는 글귀가 마음을 움직였다. 무엇인가를 원할수록(욕망) 오히려 채워지지 않고 텅 비어버리고 마는(결핍) 우리 시대의 모순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몸과 몸이 맞닿아 위태로운 균형을 만들어낸다. 정철인, 정재우, 류지수 등 ‘경인’의 무용수들이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맨투맨’ 개막을 앞두고 안무 연습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선의 미학을 강조한 대부분의 무용과 달리 박 감독이 선보이는 무용은 순간의 즉흥적 움직임에 집중하는 탓에 거칠고 직선적이다. 그가 선보이는 무용은 접촉즉흥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교감하면서 순간의 반응과 선택을 무용화하는 장르다. 특히 접촉춤(컨택춤)의 특성상 몸의 구조와 근육을 활용해 머리 속 이미지를 움직임으로 표현하는데 다른 무용 작품에선 보기 힘든 독특한 안무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앞선 무대에서도 그는 접촉즉흥에 타악, 거문고, 판소리 등 다양한 국악을 접목해 무대와 객석의 결속력을 높였는데 이번 무대 역시 거문고컴퍼니가 음악을 맡을 예정이다.

박 감독의 ‘경인’은 국립현대무용단의 픽업스테이지 ‘맨 투 맨’에서 선보이는 첫 작품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픽업스테이지는 외부 안무가를 초청해 다양한 국가, 장르, 스타일의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 이번 무대는 두 명의 남성 안무가를 한 무대에 올려 각기 다른 작품으로 대결을 펼치는 형식으로 구성했는데 국내 유니버설발레단 단원 출신으로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예 안무가 조슈아 퓨가 두 번째 ‘맨’으로 ‘빅 배드 울프’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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