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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시력·발 망가뜨리는 당뇨병…지난해 270만명 진료

38%는 40~50대…65%는 고혈압 동반
30세 이하 젊은 비만 환자도 증가세
혈관·신경 등 손상시켜 합병증 심각
식사·운동·약물요법으로 고혈당 잡아야

# 술자리가 잦은 영업직 임원 A(52)씨는 지난해 말 회식 자리 이후 피로감과 갈증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운동 부족, 비만 때문이려니 생각했지만 당뇨병 합병증으로 콩팥이 망가져 투석을 받아야 한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여러 차례 응급실을 방문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지만 최근 콩팥 이식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살고 있다.

# 최근 교직에서 물러난 B(60)씨는 10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관리를 소홀히 했더니 지난해부터 수업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력이 확 떨어졌다. 눈앞에 계속 까만 점이 날아다니는 것 같아 안과 검진을 받아보니 당뇨병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 때문이었다. 다행히 주사·레이저 치료 후 증상이 더 악화하지 않고 있다.

# 10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았지만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술자리가 잦은 L(60)씨. 지난 여름 맨발로 바닷가를 걷다가 작은 상처가 생겼는데 아물지 않고 곪더니 엄지발가락 끝이 까맣게 변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병원에 갔더니 ‘당뇨발’이라며 빨리 수술을 하자고 했다. 초기여서 보행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발을 지켜낼 수 있었다.

콩팥·시력·발 망가뜨리는 당뇨병…지난해 270만명 진료
당뇨병은 다양하고 치명적인 합병증 때문에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고혈당 상태가 수년에서 수십년간 이어지면 지방질 등과 함께 혈관 벽에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망가진다. 이런 현상은 우리 몸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는 부위는 눈, 콩팥 그리고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발이다.

진상만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진료를 하다 보면 ‘몇 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았지만 어떤 치료도 안 받았다. 그래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냈다’고 말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하지만 당뇨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투석, 시력 상실, 심근경색으로 고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생명까지 위협 받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당뇨병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70만여명. 2012년의 221만명보다 4년 새 22%나 늘어났다. 하지만 실제 환자는 4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당뇨병 환자 중 36%가량이 이런저런 이유로 치료를 받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해 연령대별 당뇨병 진료 인원은 60대가 28%로 가장 많았고 50대(26%), 70대(23%), 40대(12%) 순이었다. 당뇨병 환자 가운데 65%는 고혈압도 함께 앓았다. 최근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젊은 비만 인구가 늘면서 30세 이하 당뇨병 환자도 늘고 있다.

밥·빵·라면·설탕 등 탄수화물이나 당류를 먹으면 소화 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포도당은 혈액을 타고 뇌·근육 등 인체 조직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은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 즉 혈당의 변화를 감지하고 정상 범위 내로 조절한다. 당뇨병은 인슐린·글루카곤 분비, 간에서의 새로운 포도당 생산, 근육 등 말초 조직에서의 포도당 사용 조절에 문제가 생겨 발병한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거나(제1형 당뇨병), 분비량이 적거나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아(제2형 당뇨병) 혈당이 만성적으로 높아진다.

제1형은 우리나라 당뇨병의 2% 미만을 차지하며 주로 유년기·사춘기에 발생해 30세 전에 진단된다. 인슐린 주입 등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당뇨병성 케톤산혈증을 동반한 급성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제2형은 한국인 당뇨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인슐린 저항성 증가) 체내 세포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효율이 떨어진다. 유전·가족력의 영향도 크다.

당뇨병이 생기면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고 신경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소변 양이 늘고 몸 안의 수분이 부족해져 심한 갈증을 느껴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식사·운동요법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먹는 혈당강하제, 인슐린 주사 등 약물요법이 필요하다. 고혈당을 잡아야 심장마비, 뇌졸중, 신(콩팥)부전, 당뇨망막증, 신경합병증 등 만성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혈당 조절 목표는 식전 혈당 80~130㎎/㎗, 식후 2시간 혈당 180㎎/㎗ 미만, 당화혈색소 6.5% 미만이다.

■ 대표적 당뇨 합병증 ‘신부전·당뇨망막병증·당뇨발’

콩팥·시력·발 망가뜨리는 당뇨병…지난해 270만명 진료
당뇨병으로 콩팥이 망가져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신(콩판)부전 환자 반은 당뇨병 탓

투석을 해도 5년 생존율 60% 그쳐

신부전(콩팥기능부전)은 혈액과 노폐물을 걸러내는 콩팥 혈관꽈리(사구체)의 여과 기능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다. 당뇨병, 고혈압, 콩팥 사구체 염증(사구체신염)이 주요 원인이다.

신부전 환자는 투석기(인공신장기)와 투석막을 이용해 혈액 내 노폐물을 걸러주는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 이런 환자는 매년 약 1만2,000여명이 새로 발생한다. 이 중 48%, 연간 6,000명가량은 당뇨병 때문에 신부전을 앓게 된 경우다. 높은 혈당은 몸속 곳곳의 혈관을 손상시켜 신장 기능도 떨어뜨린다. 당뇨병성 신부전은 투석을 해도 5년 생존율이 60%, 10년 생존율이 3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나쁘다.

고혈압 역시 사구체 내 압력을 높여 콩팥 기능을 서서히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김영훈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면역억제제와 이식 후 관리 기술 발달로 최근에는 조직적합성이 하나도 안 맞는 경우에도 수술이 가능해졌다”며 “유전적으로 남남인 부부 사이에도 신장을 주고받을 수 있고 결과도 좋다”고 말했다.

콩팥·시력·발 망가뜨리는 당뇨병…지난해 270만명 진료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당뇨망막병증, 시력저하·실명 초래

당뇨병 15년 앓은 성인 78%서 발병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에 따른 시력 저하와 성인 실명의 최대 원인이다. 당뇨병을 15년 이상 앓은 1형 당뇨병 환자의 98%, 2형 당뇨병 환자의 78%에서 발병한다.

당뇨망막병증은 만성적인 고혈당으로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돼 망막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생긴다. 그 결과 정상적인 혈관 벽 구조를 갖추지 못한 신생 혈관이 마구 만들어진 뒤 터지거나 혈액 성분이 누출돼 염증·부종을 일으킨다. 신생 혈관이 눈 속 대부분을 차지하는 투명한 유리체로 뻗어 가면 부유물·거미줄 같은 것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시(視)세포가 몰려 있고 초점이 맺히는 황반 부위에 부종이 생기면 심각한 시력 저하 등을 유발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 환자의 절반가량이 황반부종을 동반한다.

당뇨병으로 수정체의 단백질 성분이 변형되면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이 생긴다. 신생 혈관이 눈 앞쪽 홍채까지 뻗어 가면 ‘신생혈관 녹내장’으로 실명할 수 있다. 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당뇨병이 있으면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은 정밀 안과 검진을 받고 혈당·고혈압·고지혈증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콩팥·시력·발 망가뜨리는 당뇨병…지난해 270만명 진료
당뇨발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혈당조절 소홀하면 발 감각 둔해지고 감염에 취약

썪거나 궤양 생기는 ‘당뇨발’ 악화…매일 점검을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신경 손상으로 감각이 둔해진다. 점차 세균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가벼운 상처가 궤양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대표적인 것이 당뇨병성 족부 궤양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당뇨발이다.

처음에는 발이 시리고 저리면서 화끈거리는 등 이상 감각이 나타난다. 또 운동신경 이상으로 발가락의 작은 근육들이 마비되고 변형돼 굳은살이나 상처가 잘 생긴다. 사소한 염증, 발톱을 깎다 생긴 상처, 꼭 끼는 신발로 인한 물집이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궤양으로 악화할 수 있으므로 매일 발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혈액순환 장애로 발이 시리거나 찬 증상이 나타나고 발가락이 갑자기 까맣게 썩기도 한다. 자주 발이 붓고 피부에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해지고 갈라져 상처가 나는 경우도 많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오래됐거나 흡연자,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사람은 당뇨발 위험도가 더욱 높다.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15~25%가 발에 궤양이 생긴다. 당뇨발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면 2년 안에 다른 쪽까지 절단할 확률이 50%나 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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