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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4% 깜짝 성장이 되레 걱정스러운 까닭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4%로 나타났다. 분기 기준으로 7년여 만에 가장 높다. 1%가 채 안 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을 훨씬 웃돌았으니 그야말로 ‘서프라이즈’다. 이로써 새 정부가 내건 연간 경제성장 목표치 3%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남은 기간 중 마이너스 성장만 하지 않으면 그 이상도 넘볼 수 있게 됐다. 이런 깜짝 성장은 전 분기의 경기악화에 따른 기술적 반등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출 호조와 추경 집행의 쌍끌이 효과가 컸다. 호황을 구가하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수출품목이 잘나가는데다 11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이 서서히 풀리면서 경기를 데웠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성장의 질이 문제다. 이번 지표의 속살을 한 꺼풀 벗겨보면 안심은커녕 걱정부터 앞선다. 우리 경제의 70%쯤을 차지하는 소비와 설비투자의 부진이 여간 문제가 아니다. 이들 두 가지 성장축은 GDP 증가율이 0.6%에 그쳤던 전 분기보다 못하다. 소비 증가율은 1%에서 0.7%로 떨어졌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5.2%에서 0.5%로 곤두박질쳤다. 내수경기의 척도인 소비와 투자의 부진은 곧 질 나쁜 성장, 고용 없는 성장으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 청년 체감실업률이 20%를 넘어 최악으로 치닫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우리 경제가 탄탄한 회복경로로 가고 있다는 판단은 아직 이르다. 오히려 앞으로 닥쳐올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있다. 긴축 바람이 첫 번째다. 한은은 이미 금리 인상의 경고등을 켰고 금융권의 가계대출도 죄기 시작했다. 추경의 효과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이럴수록 민간 활력을 높이는 것이 상책이다. 최저임금·법인세 인상 추진의 역풍을 결코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 기업의 투자심리를 되살리지 못하면 일자리와 소비도 덩달아 흔들린다. 깜짝 성장을 과신하다가는 오판하기 일쑤다. 지금이야말로 금리정책을 포함한 거시경제정책 전반의 정교한 운용이 뒷받침돼야 할 때다. 추경 효과가 끝나고 수출마저 흔들린다면 긴축과 맞물려 우리 경제가 설상가상의 상황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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