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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바른정당 와해가 한국 보수진영에 던진 과제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 9명이 결국 탈당을 선언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보수세력이 갈등과 분열을 뛰어넘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이번 집단탈당으로 바른정당은 개혁보수의 깃발을 들고 창당한 지 287일 만에 교섭단체 지위를 잃었다. 앞으로의 진로도 불투명하다. 유승민 의원이 당을 지키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의 공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추가 이탈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 사실상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판이다.

바른정당의 실패는 예견돼 있었다.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외치기는 했지만 친박 청산 외에 무엇을 바꿀지 목표가 불분명했다. 정책이나 정강에서 한국당과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사안별 정책공조로 존재감을 나타내려 했지만 오히려 정체성 부재만 노출했을 뿐이다. 창당 전 17%에 달했던 지지율이 4%대까지 곤두박질친 이유다.

바른정당 분당 이후 탈당 의원들이 복당 절차를 마치면 한국당 의석 수는 116석으로 늘어난다. 더불어민주당과는 불과 5석 차이다. 겉으로만 보면 한국당으로의 보수 결집은 이미 이뤄진 것이나 진배없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보수 대통합이 실현됐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당의 지지율은 1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자신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3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절반이 길을 잃고 헤매는 셈이다.



한국당이 과감한 개혁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명하고 친박만 청산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명분 없는 국회 보이콧과 막말로 보수를 결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당원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공간을 넓히고 인적쇄신으로 당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국가가 나가야 할 길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당의 뼈를 깎는 노력이 없는 한 보수 대통합의 길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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