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게 작금의 현실이다. 밖으로는 세계 경제 회복세에도 보호무역주의와 원화 강세라는 칼바람이 불어오고 안에는 소비부진과 금리 인상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북핵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처럼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악재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투자 확대에 나서는 배경에는 자칫 미래 대비에 소홀했다가 낙오자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대기업 수장들이 ‘서든데스(sudden death) 시대’의 도래를 경고하며 ‘껍질을 깨는 수준의 혁신’을 한목소리로 외치는 이유다.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투자 확대에 나섰으면 정부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오히려 법인세를 올려 기업의 발목을 잡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제로’ 같은 ‘친노(親勞) 정책’으로 노사 운동장의 기울기를 더 가파르게 하고 있다. 이러니 기업 4곳 중 1곳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투자위축’을 꼽을 수밖에 없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꼭 필요한 규제 말고는 화끈하게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적어도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산업에 관한 한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규제를 폐지하고 연구개발(R&D) 투자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기업은 투자 확대라는 돌파구를 제시했다. 이제는 정부가 그 지원책을 내놓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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