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강달러 언급은 대통령 취임 전후 줄곧 약달러를 강조했던 것에 비춰보면 다소 의외다. 시장에서는 므누신 장관이 미국의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 부담스러워 트럼프가 직접 수습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간의 사정이 뭐든 분명한 것은 미국이 약달러를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강달러는 미 무역역조를 개선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과거에도 그랬다. 미 재무부는 엔저를 유도한 1995년 ‘역플라자합의’ 이후 전통적으로 “강달러가 국익에 부합한다”고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약달러를 방관해왔다. 달러를 무제한 살포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미국이 환율 정책에 관한 한 이중잣대를 들이댄다는 점이다. 시장개입성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걸핏하면 환율조작 운운하며 교역상대국을 압박하는 것은 모순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기축통화국의 횡포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미국의 다보스 발언에 대해 “환율 목표를 잡지 않기로 한 당국자의 합의를 어긴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의 약달러 정책에 1년 동안 원화 가치는 13% 상승했다. 원화 강세는 최근 더 가팔라지는 추세여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환율전쟁이 싫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오럴 해저드에 우리 환율 정책이 흔들릴 이유가 없다. 시장안정의 막중한 책무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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