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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 Market] 토종 분자진단 기술의 글로벌 도약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DNA를 대량 증폭시키는 PCR

국내 기업들 수십년 연구 끝에

대부분 관련 장비 국산화 완료

차세대 기술 선점도 눈앞 다가와





원하는 염기서열의 DNA를 합성하고 세포에 1개밖에 없는 DNA도 대량으로 증폭할 수 있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술은 생명공학 연구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기술 가운데 하나다. 두 기술을 발명한 브루스 메리필드 박사와 캐리 멀리스 박사는 각각 1984년과 1993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누구나 원하는 염기서열의 DNA 조각을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생명공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필자는 PCR 기술이 유전공학 연구의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DNA 합성기술과 내열성 DNA 중합효소를 가지고 지난 1992년 창업에 나섰다. 우리가 만든 국산 PCR 시약의 고객은 급격히 늘어났고 불과 6개월 만에 흑자를 냈다. 이후 이익금과 벤처캐피털 투자자금으로 1996년 PCR 장비, 2000년 DNA 자동합성기, 2002년 아시아 최초로 극미량의 특정 바이러스·세균을 1~2시간 안에 정량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증폭기(Realtime PCR) 등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현재 분자진단실험의 70% 이상이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분자진단은 임상시료에서 핵산(DNA·RNA)을 추출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핵산이 고순도·고효율로 추출되지 못하면 이어지는 유전자증폭이 잘 돼도 검사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분자진단 초기에 수작업으로 수행하던 핵산추출 과정은 정확도가 높은 전자동 추출장비로 대체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는 바이오 테러에 대비한 생물무기 탐지·식별 시스템을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개발했다. 당시 미군 화생방부대보다 앞서 실전 배치된 생물무기 식별 시스템에는 우리가 개발한 실시간 유전자증폭기가 들어갔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은 우리에게는 기회였다. 경제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분자진단장비가 필요했지만 외국 회사들의 장비는 너무 비쌌다. 우리는 핵산자동추출기와 실시간 유전자증폭기를 자체 개발했고 여기에 사용되는 모든 시약 원재료를 생산하고 있었으므로 신속하게 키트를 개발하고 전국에 150여대의 장비를 투입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종플루 확진검사를 대규모로 수행했다.



지난 25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연구개발에 매진하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분자진단의 모든 핵심기술과 첨단장비들을 자체 개발한 독보적 회사로 성장했다. 이는 RNA 저해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발판이 됐다. 글로벌 수준의 성능을 갖추기 위해 엄청난 투자와 고통의 시간을 감내했다.

우리는 분자진단 장비들과 키트 원료들을 자체개발·생산함으로써 에이즈·간염·결핵·성병 등 다양한 질병의 분자진단 키트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지카 다중분자 진단키트는 우리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세계 최초로 등록했다.

정밀의료 수요에 발맞춰 현장분자진단 분야도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 아래 차세대 현장분자진단 장비개발을 위해 전 세계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감기가 유행하고 있는데 감기 바이러스 16종, 폐렴균 7종을 동시에 전자동으로 검사해 20분내 결과를 얻는 경제적인 분자진단검사기가 개발된다면 동네의원에서도 정확한 진단과 처방으로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정밀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자진단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시약 원재료를 개발한 경험과 특허기술들을 종합적으로 축적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기술만 가진 회사들보다 한발 앞서 있다. 보다 담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원들과 힘을 합쳐 차세대 분자진단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전 세계 병원에서 의사들이 가장 애용하는 정밀의료의 핵심이 될 분자진단 시스템을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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