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상원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와 폴란드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돼 이스라엘이 전면 반발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폴란드 상원은 전날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폴란드를 점령하고 나서 설치한 강제수용소 등을 칭할 때 ‘폴란드의’ 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용어를 쓸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등의 강제수용소를 ‘폴란드의 수용소’로 부를 경우 국적을 막론하고 벌금 또는 최대 징역 3개월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한 나치의 만행과 관련해 폴란드와 폴란드 국민을 상대로 공동책임을 물을 경우에도 처벌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법안은 여당인 ‘법과 정의당(PiS)’ 주도 아래 찬성 53표, 반대 23표로 처리됐다.
폴란드 정부는 그동안 국내외 미디어와 정치인들에게 나치 독일이 건립한 수용소를 ‘폴란드의 수용소’라 부르지 말 것을 계속해서 호소해왔다. 일부 폴란드인들이 나치에 부역하긴 했으나, 폴란드도 나치의 침공과 점령으로 피해를 본 만큼 홀로코스트에 폴란드인의 책임은 없다는 주장이다.
이 법이 지난달 28일 하원에서 표결 처리돼 상원으로 올라온 이후 이스라엘은 줄곧 반발해왔다. 하원 처리 이후 폴란드 외무부는 “새로운 법은 진짜 가해자의 책임을 경감하고 홀로코스트의 진실을 왜곡 및 부인하는 모든 시도와 싸우려는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에 에마뉘엘 나흐손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이스라엘은 역사적 진실에 도전하려는 시도를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고 반응했다고 전해진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하원 통과 직후 “이스라엘은 진실 왜곡과 역사 수정, 홀로코스트 부정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의회는 여기에 대응해 나치 부역자들이 연관성을 축소 및 부인하는 것 자체를 범죄로 간주하는 방안을 놓고서 논의하는 등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 법안의 최종 실시를 위해서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서명만 남은 상황이다. 두다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의 반발이 잇따른 가운데 해당 법안에 대해 신중하게 분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절대 물러설 수 없다. 우리는 역사적 진실을 방어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해 법안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와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최근 이 문제를 놓고 양국이 대화하기로 합의해 양국 간의 논의 방향에 따라 최종 서명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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