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뒤늦게나마 중견기업 육성에 관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책은 의욕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전 정부에서 제시된 히든챔피언 육성 등 청사진들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성장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순간 세제 등 수십 개의 혜택이 끊기고 하도급법과 상생법 등 대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새로 받게 된다.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거부하는 ‘피터팬 신드롬’이 생겨나는 이유다. 오죽하면 기업 쪼개기 등의 편법을 동원해 중소기업으로 남으려 하겠는가.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것은 친노동정책과의 충돌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근로자를 배려한 정책들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중견기업 육성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만 하더라도 올 들어 16.4%나 껑충 뛰면서 프랜차이즈나 편의점 등 영세 자영업자들은 오른 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직원들을 줄이는 실정이다.
이런 것들을 놓아두고 중견기업 육성 운운하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아무리 정책의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세부적인 실행계획들이 현장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효과를 낼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이는 일자리 창출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견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기업들이 현장에서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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