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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활동 옥죄면서 ‘중견기업 육성’ 잘 되겠나

정부가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중견기업 비전 2280’에는 중견기업 수를 2022년까지 5,500개로 늘리고 연매출 1조원 이상인 혁신 중견기업을 80개까지 육성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국정과제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중견기업 육성에 관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책은 의욕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전 정부에서 제시된 히든챔피언 육성 등 청사진들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성장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순간 세제 등 수십 개의 혜택이 끊기고 하도급법과 상생법 등 대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새로 받게 된다.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거부하는 ‘피터팬 신드롬’이 생겨나는 이유다. 오죽하면 기업 쪼개기 등의 편법을 동원해 중소기업으로 남으려 하겠는가.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것은 친노동정책과의 충돌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근로자를 배려한 정책들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중견기업 육성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만 하더라도 올 들어 16.4%나 껑충 뛰면서 프랜차이즈나 편의점 등 영세 자영업자들은 오른 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직원들을 줄이는 실정이다.



이런 것들을 놓아두고 중견기업 육성 운운하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아무리 정책의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세부적인 실행계획들이 현장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효과를 낼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이는 일자리 창출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견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기업들이 현장에서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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