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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2018|천신만고 167타

  • JIM GORANT
  • 2018-04-04 16:06:31
  • 스포츠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오거스타2018|천신만고 167타

스포츠 대회는 성대한 잔치가 있는가 하면 장엄하고 격조 높은 대접을 받는 행사도 있다. 이번 호의 마스터스 특집이면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한마디로 하얗게 불태웠다. 이제부터 그 결과물을 만끽하기 바란다.




끔찍한 추락의 사례가 없는 대회는 없고, 그건 마스터스도 마찬가지다. 어떤 나쁜 꿈에서는 끝내 깨어나지 못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마스터스 사상 최악의 스코어 기록을 보유한다면 게속해서 악몽을 꾸는 기분일 것같다.


오거스타2018|천신만고 167타


불과 2년 전에 두 번째 그린재킷을 차지한 벤 크렌쇼이지만 1997년에는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썩 좋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6오버파로 첫 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계속 그 수준을 유지하는 것 같더니 13번홀과 14번홀에서 버디와 파를 기록하며 파5 15번홀에서 화려하게 라운드를 마칠 기회를 잡았다.

장타자라고는 할 수 없었던 크렌쇼는 세컨드샷을 웨지 거리까지 보냈고, 오른쪽 앞에 꽂힌 깃대를 정조준 했다. 하지만 정면에서 불어온 바람 때문에 샷거리가 조금 짧아졌고, 스핀이 약간 더 들어갔다. 볼은 그린에 떨어졌지만 바다에서 헤엄을 치던 사람이 역류에 휘말리는 것처럼 연못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거스타2018|천신만고 167타
벤 크렌쇼 - 1997년 15번홀 : 3개의 볼을 빠트리며 11타를 기록하면서 크렌쇼는 마스터스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 통산 26번째 마스터스였던 그 해에 그는 45위를 기록했지만 타이거가 워낙 잊을 수 없는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크렌쇼는 다른 볼로 드롭을 했고, 깃대를 바라보면서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스윙했다. 결과는 똑같았다. 또 다른 볼, 또 다른 스윙, 또 한 번의 풍덩. 이제는 솔잎들마저 어쩔 줄 몰라하는 듯했다. 여덟 번째 샷 상태에서 크렌쇼는 또 다시 스윙을 했다. 이번에는 볼을 제대로 맞혔고, 2퍼트를 더하면서 11타로 그 홀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크렌쇼는 마스터스 역사상 15번홀에서 최다 타수를 기록했다.

이때의 플레이로 크렌쇼는 아무도 가입을 원하지 않는 클럽의 회원이 됐다. 그건 바로 오거스타의 각 홀에서 최다 타수를 기록한 선수들의 모임이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지만 실력이 의심스러운 선수들부터 무명의 참가자들과 골프계 최고의 선수들까지 두루 포진해 있는 민주적인 모임이다. 여기에 가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몇 번의 나쁜 스윙뿐…

“갤러리의 눈빛은 제발 홀보다 멀리 날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크렌쇼는 이렇게 말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대회에서 승부를 겨룰 때는 볼을 충분히 홀에 가까이 붙여서 타수를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코스가 선수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오거스타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고 크렌쇼는 말했다. 그 코스에서 플레이를 하다보면 감정적이 된다. 흐름을 타고 모험을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축 트인 공간,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웅장함. 기분이 고조된다. 하지만 실수 한 번이면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곳을 떠나게 된다.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오거스타의 한 홀 최다 스코어 기록을 공동 보유하고 있는 두 선수는 확실히 이런 심리전에 휘말렸다. 그 주인공은 각각 13타를 기록한 토미 나카지마와 톰 와이즈코프인데, 파5 13번홀에서 펼쳐진 나카지마의 플레이는 무능한 경찰들의 좌충우돌을 다룬 풍자 영화 <키스톤 캅스>를 연상케 했다.

1978년 마스터스 첫 라운드에서 그는 드라이버샷을 래스 크릭에 빠트렸고, 드롭 한 후 레이업을 했지만 어프로치샷을 또 다시 물에 빠트렸다. 그는 물에서 그 다음 샷을 시도했지만 볼이 발에 맞으면서 2벌타를 추가했다. 그 다음 샷마저 뒤로 구르더니 물에 빠졌고, 웨지를 캐디에게 건네주려다가 손에서 미끄러져 버린 클럽이 개울에 닿는 바람에 또 다시 2벌타를 받았다.


오거스타2018|천신만고 167타
토미 나카지마 - 1978년 13번홀 : 나카지마의 놀랍고도 불운한 13타 중에는 신발에 맞은 웨지샷과 래스 크릭에 빠진 클럽이 포함됐다.

오거스타2018|천신만고 167타
톰 와이즈코프 - 1980년 12번홀 : 13타라는 숫자를 적어넣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그것도 파3 홀에서? 마스터스에서? 버틀러캐빈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이야기다.


라운드를 마친 후 그 홀에서 몇 타를 기록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카지마는 “세다가 잊어버렸다”고 대답했다.

와이즈코프는 파3 12번홀에서 열둘에 덤을 하나 얹은 13타를 하면서 마스터스 역사상 한 홀 최다 오버파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아이러니한 점이라면 그가 1980년의 첫 라운드에서 12번홀에 오르기 전까지 앞선 열두 번의 대회에서 단 한 번도 볼을 물에 빠트린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티샷을 물에 빠트린 와이즈코프는 드롭존을 피해서 깃대와 약 60야드 떨어진 곳으로 갔고, 거기서 4개의 볼을 더 물에 빠트렸다. 몇 년 뒤에 그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민망했다. 안개에 쌓인 것 같았다. 온 세상이 지켜보고 앞에서 벌거벗은 채 플레이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다음 날은 볼을 2개만 빠트리고 7타를 기록했으니 옷을 반은 입은 셈이었다. 아무튼 그는 이틀 동안 그 홀에서만 총 20타를 기록했다.

이 13타에는 각주가 붙는다. 2005년에 당시 일흔세 살이었던 1970년 챔피언 빌리 캐스퍼가 4년 만에 처음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파3 16번홀에서 6개의 볼을 물에 빠트린 끝에 14타를 기록하면서 첫 라운드 105타를 기록했다. 한 홀 최다 오버파 스코어이자 한 라운드 최다 스코어(찰스 컹클이 1959년에 기록한 95타를 훌쩍 넘어서는)이지만 캐스퍼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 기록으로 남지 않았다. 하긴 왜 그런 수고를 했겠는가? “나는 그냥 더 늙기 전에 한 번 더 플레이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3명의 선수는 최다 타수 목록에 두 번씩 등장한다. 점보 오자키, 헨릭 스텐손, 그리고 믿을 수 없겠지만 아널드 파머. 3명은 모두 18번홀에서 8타를 기록했고, 오자키는 15번홀에서 11타, 스텐손은 4번홀에서 한 번 더 8타, 그리고 아널드 파머는 파3 6번홀에서 7타를 작성했다. 물론 아널드가 7타를 했을 때는 예순여덟, 그리고 18번홀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를 즐겼을 때는 일흔한 살이었다.


오거스타2018|천신만고 167타
헨릭 스텐손 - 2012년 18번홀 : 18번홀에서 기록에 남을 4중보기를 했지만 스텐손의 1라운드 스코어는 71타에 그쳤다. 오히려 그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81타를 한 것을 더 잊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 3명 중에서 가장 가슴 아픈 건 스텐손의 경우다. 2012년 그는 첫 라운드 선두로 18번홀에 도착했다. 그 날이 그의 서른여섯 번째 생일인 걸 생각하면 정말 기분 좋은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드라이버샷은 왼쪽으로 휘어졌고, 나무 사이에서 빠져나오느라 2타를 허비한 후에도 어프로치샷이 그린을 넘어갔고, 칩샷은 짧았다. 그리고 세 번 만에 퍼트를 성공했다. “스코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는 라운드를 마친 후에 이렇게 말했다. “그러더니 끝내는 눈사람이 돼버렸다.”

가장 무서운 최다 스코어 사연의 주인공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어니 엘스다. 일요일의 후반 9홀은 걱정할 필요도 없다. 2016년 그의 마스터스는 목요일 첫 홀에서 기록한 9타에서 시작하고 거기서 끝이 났다. 어프로치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엘스는 칩샷으로 온그린을 한 후 무려 여섯 번이나 퍼트를 했다. 90cm 거리에서! “머릿속에서 뱀들이 들끓을 때는 퍼트를 하기 힘들다.”


오거스타2018|천신만고 167타
어니 엘스 - 2016년 1번홀 : 언제나 느긋하다고? 하지만 여기서는 조금 힘겨웠다. 엘스는 퍼트를 6번 한 끝에 9타를 기록했고, 몇 년 동안 퍼팅 입스에 시달렸다.


전체적으로 최다 스코어 기록 중에서 9개는 단독이고 나머지 8개는 여러 명의 타이 기록이다. 단연 으뜸은 무려 19명이 트리플보기인 7타를 기록한 17번홀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컷을 통과할 가망성이 없는 선수가 마스터스의 공식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일부러 17번홀에서 8타를 하는 일은 없을까?

클레이 오그덴에게는 한 번 물어볼 만한 질문이다. 그는 2005년 US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에서 우승하면서 딱 한 번 오거스타의 코스를 밟았다. 오그덴은 오른쪽 뒤에 놓였던 홀의 90cm 거리에서 시도한 보기 퍼트가 홀을 돌아 나와 앞쪽의 프린지까지 거의 30m를 굴러가는 바람에 9번홀 최다 스코어 공동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불운한 동시에 행운이었다.” 그는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마스터스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으니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17번홀에서 과감하게 스윙을 휘둘러서 오거스타 내셔널의 연대기에 혼자서 한 자리를 차지할 마음이 있을까? 그는 조금 망설이더니 모든 골퍼가 한 번쯤은 느껴봤을 소회를 털어놨다. “아니다. 한 홀에서 최다 스코어 기록을 세운 걸로 충분하다.”


■ 최악의 18명
오거스타 내셔널 역사상 최악의 스코어, 그리고 그 기록의 주인공들

HOLE 1 ▶
PAR: 4 / HIGH SCORE 9 / POSTED BY 어니 엘스, 2016년
HOLE 2 ▶ PAR: 5 / HIGH SCORE 10 / POSTED BY 샘 버드, 1948년; 데이비드 듀발, 2006년
HOLE 3 ▶ PAR: 4 / HIGH SCORE 8 / POSTED BY 더글러스 B. 클락, 1980년
HOLE 4 ▶ PAR: 3 / HIGH SCORE 8 / POSTED BY 헨릭 스텐손, 2011년
HOLE 5 ▶ PAR: 4 / HIGH SCORE 8 / POSTED BY 제리 바버, 1964년 포함 총 4명
HOLE 6 ▶ PAR: 3 / HIGH SCORE 7 / POSTED BY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 1991년; 아널드 파머, 1997년; 브랜든 그레이스, 2016년
HOLE 7 ▶ PAR: 4 / HIGH SCORE 8 / POSTED BY 드윗 위버, 1972년; 리처드 L. 본태키 2세, 1981년
HOLE 8 ▶ PAR: 5 / HIGH SCORE 12 / POSTED BY 프랭크 월시, 1935년
HOLE 9 ▶ PAR: 4 / HIGH SCORE 8 / POSTED BY 루크 도널드, 2014년 포함 총 4명
HOLE 10 ▶ PAR: 4 / HIGH SCORE 9 / POSTED BY 대니 리, 2009년
HOLE 11 ▶ PAR: 4 / HIGH SCORE 9 / POSTED BY 샌디 라일, 2017년 포함 총 4명
HOLE 12 ▶ PAR: 3 / HIGH SCORE 13 / POSTED BY 톰 와이즈코프, 1980
HOLE 13 ▶ PAR: 5 / HIGH SCORE 13 / POSTED BY 토미 나카지마, 1978년
HOLE 14 ▶ PAR: 4 / HIGH SCORE 8 / POSTED BY 닉 프라이스 1993년
HOLE 15 ▶ PAR: 5 / HIGH SCORE 11 / POSTED BY 점보 오자키, 1987년; 벤 크렌쇼, 1997년, 이그나시오 개리도, 1998년
HOLE 16 ▶ PAR: 3 / HIGH SCORE 11 / POSTED BY 허먼 배런, 1950년
HOLE 17 ▶ PAR: 4 / HIGH SCORE 7 / POSTED BY 프레드 커플스 2013년 포함 총 4명
HOLE 18 ▶ PAR: 4 / HIGH SCORE 8 / POSTED BY 점보 오자키, 1994년; 아널드 파머 2000년, 헨릭 스텐손 2012년 포함 총 7명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편집부 / BY JIM GO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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