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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 새 시즌 개막에 다시 가슴 뛰는 11년차 베테랑

코리안 투어 간판스타 허인회

  • 성승환 기자
  • 2018-04-04 14:03:44
  • 스포츠
<서울경제 골프매거진>프로 데뷔 시즌이 지난 2008년이니 벌써 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필드의 악동보다는 이제 어엿한 베테랑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지난 10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으며 보이지 않는 내적 성장을 이룬 허인회(31, 스릭슨) 이야기다. 과거의 익살은 온데 간 데 없지만 특유의 노란 머리와 직설 화법은 여전했던 그와 베테랑, 반려자,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크다는 새 시즌을 주제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허인회, 새 시즌 개막에 다시 가슴 뛰는 11년차 베테랑

# 괴짜? 악동? 이제는 어엿한 베테랑!
허인회는 국내 선수들 중 별명이 가장 많았다. 샛노란 염색 머리를 고수하며, 스포츠카와 오토바이 레이싱을 즐기고, 거침없는 언행을 일삼는 개성 충만한 캐릭터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철없던 소년 허인회가 투어 11년차의 베테랑이 됐다. 직설적인 언행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분명 과거의 가벼움과 달리 묵직함이 느껴졌다.


허인회, 새 시즌 개막에 다시 가슴 뛰는 11년차 베테랑


날씨가 순식간에 따뜻해졌다. 금방 여름이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인데 어떻게 지내나.
동계훈련을 태국에서 마무리했고 귀국 후에 개인적인 일을 많이 봤다. 새 집을 매입하고 스폰서 행사에 참석하고, 또 틈틈이 운동도 하는 등 적당히 바쁘게 지내고 있다. 겨울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시간 정말 빠르다.


프로 데뷔를 지난 2008년에 했으니 벌써 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말마따나 시간 정말 빠르다. 이제 투어 11년차 선수가 됐는데, 지난 10년 동안 꽤 괜찮은 선수 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벌써 그렇게 됐나. 사실 잘 모르겠다. 사건 사고가 많은 가운데서도 잘 버텨가며 우승까지 했지만 골프장 안에서의 ‘골프 인성’은 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 적이 있었고, 너무 지나치게 솔직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2년 동안 군 복무를 하면서 여러 가지 심리적 고통을 잘 견뎌냈고, 정말 많은 것을 억누르며 살았다. 분명 내가 한층 더 성숙해지는 데 도움이 됐을 거라 믿는다. 그래도 아직까지 골프 인성적으로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국내 3승, 일본 1승을 기록하고 있다. 자신의 실력에 비해 승수가 조금 적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나.
실력 자체는 잘 모르겠고, 쌓아온 연습량과 내공에 비하면 잘했다고 생각한다. 프로 데뷔 직전에 2년 정도 골프채를 아예 놓고 방황했던 때도 있었고, 아버지와의 다툼으로 골프가 정말 싫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2년을 쉬었다가 프로 전향을 했는데도 루키 시즌에 바로 우승을 했다. 솔직히 그때는 골프가 좀 우습게 느껴졌다. 게으른 천재라는 수식어도 그때 생겼다. 실제로 그때는 정말 게을렀고, 연습장을 보여주기 식으로 다니곤 했다. 그렇다고 연습을 아예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제대로 할 때는 하루에 1,000~2,000개 씩 샷을 했을 때도 있었다. 다만 자신감이 넘쳐서 경솔했다. 그런 모습은 이제 없어졌고 지금은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이, 더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꿈에 대해서는 말미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자. 허인회 골프 인생, 이제 전반 9홀 정도 돌았고 후반 9홀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봐야할까.
글쎄, 나이로 비교하면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는 1번홀 티샷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변화가 있었고, 마음가짐도 새로워졌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골프 인생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허인회, 새 시즌 개막에 다시 가슴 뛰는 11년차 베테랑
지난해 군산CC오픈에서 웃으며 플레이하고 있는 허인회와 그의 아내. 육은채 씨는 허인회가 상무 골프단에 있을 떄부터 캐디를 자처하며 도움을 준 경험이 있다.(사진 KPGA)

# 평생 반려자와 새로운 시작
허인회는 한 살 아래 터울인 육은채 씨를 평생의 반려자로 맞이했다. 공약 탓에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아내에게 많은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편하게 대회장을 드나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지 그는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데뷔 직후부터 노란 염색 머리와 거침없는 언행, 레이싱 사랑 등으로 ‘괴짜 골퍼’, ‘게으른 천재’, ‘필드의 풍운아’, ‘악동’ 등 정말 많은 수식어들이 뒤따랐다. 그런데 군 생활을 거치고 반려자를 만나면서 확실히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좀 멀어진 듯하다.
지금도 보고 있다시피 여전히 머리를 염색했고 언행도 직설적이다. 게다가 튀는 행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모습 등 근본은 바뀌지 않았다(웃음). 다만 군 생활을 거치면서 상처를 받고 그것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서인지 조금은 성숙해진 면이 있다.


도대체 어떤 강심장이 허인회에게 상처를 주나.
그러게 말이다(웃음). 상무 골프단으로 투어에서 활동은 했지만 조용히, 존재감 없이 지내다보니 나를 거슬리게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더라. 예를 들면 시합 중에 “경례 똑바로 안 하냐, 선글라스 좀 벗고 플레이해라, 어차피 상금도 못 받는데 뭐하러 열심히 하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예전의 나 같았으면 바로 다가가서 따졌을 것이다. 그런데 군인 신분인데다가 감정 컨트롤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참고 또 참았다. 또 어머니가 너무 크게 다쳐 충격을 받은 적도 있고, 주변에서 나와 아내를 두고 수군거리는 분위기도 견디기 힘들었다. 결론적으로 조용하고 겸손하게 행동하니 오히려 나를 깔보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


연인과 매번 대회장에 동행한 것이 큰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보수적인 한국 골프 문화에 진보의 바람을 일으킨 느낌인데,
연인이 알게 모르게 응원을 오는 경우는 있어도 공개적으로 동행한 건 내가 거의 처음일 것이다. 아내와 처음 교제를 시작한 게 2014년 여름이니까 그때 당시에는 애인은 물론이고 결혼을 한 선배들조차 공개적으로 아내를 시합장에 동행하는 게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외국에서는 애인이 시합장에 오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부분에 편견이 많은 것 같다.


분명 안 좋은 시선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해냈나.
처음에는 화가 나고 상처를 받았다. 내가 애인과 동행해서 남들에게 무슨 피해를 줬길래 그렇게 안 좋은 시선으로 볼까. 답답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해외 시합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국내만 오면 그런 시선들 탓에 나와 아내 모두 예민했고, 사소한 문제로 자주 다투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내성이 생겼다. 우리를 이해해주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이제는 편안해졌다. 미디어에서도 좋게 봐줬는지 긍정적인 기사도 많이 나왔다. 이게 다 사랑의 힘인가 보다(웃음).


평생 반려자가 생긴 뒤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사실 아내는 골프를 전혀 몰랐다. 그런데 경기가 안 풀릴 때 내 사소한 행동과 루틴이 변하는 걸 보면 지적을 해주는데, 그게 놀랍게도 문제의 해결책이 되곤 했다. 너무 신기하고 대견해서 평상시에도 그런 행동에서 문제점이 보이면 바로 얘기해달라고 한다. 전문가가 아닌데도 문제점의 포인트를 잘 잡아내는 걸 보면 안목이 뛰어난 사람이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허인회, 새 시즌 개막에 다시 가슴 뛰는 11년차 베테랑


지난 시즌에 ‘우승 하면 바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했는데. 아직 우승을 못했다. 그럼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나.
그렇다. 작년에 아무래도 우승을 신경 쓰니 플레이가 잘 안 풀렸다. 한국오픈에서는 우승을 가시권에 두면서 신혼여행을 디오픈으로 간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우승에 실패했다. 그 이후로 우승권에서 멀어지면 바로 포기를 하게 되더라(웃음).


아내가 서운해 하겠다.
팬들과의 약속이기도 하니 웬만하면 지키고 싶다. 아내는 물론이고 주변사람들, 가족들도 결혼식을 기다리면서 모두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고 있다. 빨리 우승을 해야겠다.


부모님께 알리지 않고 혼인신고를 했다고 들었다. 정말 허인회다운 기행인데 어떤 생각으로 그랬나.
부모님, 특히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내가 오로지 골프에만 전념했으면 좋겠다는 게 아버지 생각이었다. 교제하는 것도 그렇고 시합장에 함께 다니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겼다. 아버지와 갈등의 골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장인어른에게는 직접 찾아가 교제와 동행에 대해 허락을 받은 상태였고, 나는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은 상태인데 계속해서 아버지가 반대를 하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혼인신고를 해버렸다. 집안이 난리가 났었다(웃음).


지금은 가족들과 정리가 잘 된 건가.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졌다. 최근에 집을 매입했을 때도 아버지와 의견차이가 있었지만(웃음) 무사히 잘 정착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것을 손에 쥐어봤지만 이번에 집을 샀을 때의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완전한 독립으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느낌도 있고, 정말 긍정적으로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보다 골프가 더 재미있어졌고 열정도 생겼다. 국내 투어 개막 1주일 전에 일본 투어가 먼저 개막하는데, 그때 일본에 가서 시합장 분위기를 먼저 느끼고 올 계획이다. 시즌 시작 전에 이렇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는 건 처음이다. 빨리 시즌이 시작됐으면 좋겠다.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동계훈련은 잘 마치고 왔나.
새 집이 생겨서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는데(웃음), 아내가 JLPGA 투어 프로인 안선주와 친분이 있다. 때마침 선주가 태국에서 동계훈련 중이어서 겸사겸사 나가게 됐다. 예전에는 드라이버와 퍼팅이 장기였는데 얼마 전 내 플레이를 복기해보니 아이언 플레이를 더 보완해야 할 것 같아서 마음먹고 아이언샷 연습을 원 없이 했다.


2014년에 국내 투어와 일본 투어에서 모두 장타왕에 등극한 바 있다. 샷거리하면 허인회, 거리 욕심이 분명 있을 텐데.
장타에 대한 자부심과 욕심은 항상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드라이버 거리를 늘려볼까도 생각했지만 완벽한 플레이를 위해서 아이언에 포커스를 맞췄다.


허인회, 새 시즌 개막에 다시 가슴 뛰는 11년차 베테랑
허인회가 대회 중 버디를 기록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전 세계 어느 프로골프투어든 허인회처럼 스타성을 갖춘 선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뷰 초반에 얘기한 꿈 이야기를 해보자.
대단한 건 아니다. 아내를 만나기 전부터도 ‘세계 랭킹 1위, 상금 랭킹 1위, 또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시니어 투어까지 참가하면서 골프를 보다 여유 있게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투어를 다니면서 사랑하는 사람,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골프 인생을 즐기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잘해야 한다. 돈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시니어 투어에 참가할 실력도 돼야 한다.


2014년 일본에서 28언더파로 최다 언더파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던 괴물 같은 모습을 기대해도 되나.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모든 것을 억눌렀고 심지어 주눅이 들어 있었던 군 생활 때문인지 플레이 스타일도 그때는 좀 소극적이었다. 어떤 플레이든 정석적으로, 안정적으로 풀어갔다. 그린 주변에서는 무조건 러닝어프로치를 했다(웃음). 아무튼 전역하면 바로 내 스타일로 바뀔 줄 알았는데 적응기간이 필요하더라. 이제는 내 모습을 찾았는데, 그래도 변화는 조금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샷에 자신감이 넘쳐서 앞뒤 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이제는 속내는 감추지 않되, 노련미를 더해서 무모하지 않은 선에서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겠다.


20대 초반의 나이부터 해외 투어 진출을 모색해 지난 2009년부터 일본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 나이로 서른두 살인데 미국 무대에 대한 미련은 없나. 세 살이나 위인 최진호도 유러피언 투어에 도전하고 있는데, 느끼는 점은 없는지.
다소 늦은 나이에도 힘들기로 악명 높은 유러피언 투어에 도전하는 (최)진호 형이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 하지만 나는 주변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확실한 기회가 생기지 않는 이상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코리안 투어 대회 수가 늘긴 했지만 아직 부족한 느낌이다. 주력 선수들의 해외 진출 역시 계속 이어지는 추세다. 투어 흥행에 앞장서야 하는 선수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나는 골프가 정말 부담 없이 보고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 하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성적을 잘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팬들과 더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그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주는 것이다. 동료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다. 지금처럼 너무 삭막한 분위기보다는 시합장을 조금 밝게, 축제 분위기로 만들어서 경쟁했으면 좋겠다. 작은 제스쳐 하나라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즐거울 수 있게끔 하자는 말이다. 나부터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협회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협회를 손가락질하는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해 선수들은 언제나 협회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으니 더 힘냈으면 좋겠다!


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팬 여러분이 생각하는 허인회는 여전히 그대로다. 항상 많은 응원에 감사하고 시합장에 자주 찾아와서 선수들 많이 응원해주면 더 좋은 경기력으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허인회 PROFILE

생년월일 :
1987년 7월24일
데뷔년도 : 2008년
계약 : 스릭슨, JDX멀티스포츠
주요기록 :
2008년 KPGA 코리안 투어 필로스오픈 우승
2013년 KPGA 코리안 투어 헤럴드-KYJ 투어 챔피언십 우승
2014년 JGTO 토신 골프 토너먼트 우승
2015년 KPGA 코리안 투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우승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편집부 / 글_성승환 기자 ssh@hmgp.co.kr, 사진_김석영(미려도 사진관), 헤어메이크업_보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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