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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2018|비제이 싱의 저녁 대접

  • JEFF RITTER
  • 2018-04-04 17:18:21
  • 스포츠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오거스타2018|비제이 싱의 저녁 대접

스포츠 대회는 성대한 잔치가 있는가 하면 장엄하고 격조 높은 대접을 받는 행사도 있다. 이번 호의 마스터스 특집이면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한마디로 하얗게 불태웠다. 이제부터 그 결과물을 만끽하기 바란다.




마스터스의 성대한 전통인 챔피언스 디너에는 풍성한 음식과 유명한 얼굴들이 나오며 2001년 비제이 싱이 주관했던 날에는 환상적이고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오거스타2018|비제이 싱의 저녁 대접


올 봄,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오거스타 내셔널을 한 바퀴 돌면서 우승의 감격을 다시 돌아보게 될 것이다. 또 깨끗한 그린재킷을 자랑하면서 그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우승이 남겨놓은 여운을 마음껏 음미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그는 만찬 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생존해 있는 예전 마스터스 우승자들이 모두 대회 주간의 화요일 밤에 마련되는 올해의 챔피언스 디너에 참가한다면 그 자리엔 33명의 초대 선수가 모이게 되며, 나이는 24세(조던 스피스)에서 95세(더그 포드)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전통은 벤 호건이 그의 예전 동료 우승자들을 초대해 식사 자리를 마련한 1952년에 시작됐다. 11명의 생존 우승자들 가운데 9명이 참가한 당시의 자리에서 호건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그린재킷 소유자들로 가입이 제한되는 ‘마스터스 클럽’을 시작해보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제안은 손쉽게 통과됐고, 오거스타의 창립자인 보비 존스와 의장인 클리포드 로버츠도 가입이 승인됐다. 그 후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작은 집단으로 이뤄진 이 클럽이 매년 만찬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으며, 그 자리에서 회원들은 수많은 이야기와 웃음을 나누고 있다.


오거스타2018|비제이 싱의 저녁 대접


게리 플레이어는 자신이 주관했던 1962년의 기념 만찬을 지금도 생생하게 회상한다. 당시 참가자들이 테이블에 앉자 곧바로 1934년 오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셔널 토너먼트의 초대 대회 우승자 호튼 스미스가 메뉴판을 돌리며 그 자리의 모두에게 서명을 부탁했다. 그는 그것을 자신을 멘토로 삼고 있는 한 청소년 골퍼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플레이어의 말이다. “나는 서명을 한 뒤 메뉴판을 호건에게 건넸다. 다음 순간 나는 그가 두 손으로 유리잔과 은제 식기류가 흔들릴 정도로 강하게 나무 탁자를 내려치며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호건은 크게 말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이건 마스터스 우승자 만찬 자리지 사인회 자리가 아니야!’”

덕분에 플레이어는 그 클럽의 원칙을 알게 됐지만 오거스타의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만찬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오늘날엔 테이블의 모두가 메뉴판과 깃발, 기타 메모 가능한 것을 서로 건네며 서명을 받아 다양한 자선 행사에서 이용하고 있다. 아널드 파머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처음 마련된 지난해 만찬에서는 몇몇 참가자들이 골프 황제에 대한 개인적 기억을 나누는 것으로 그 밤의 행사를 시작했다.


오거스타2018|비제이 싱의 저녁 대접
니욤쿨 가족은 요리를 하는 것만큼이 사진 찍는 일에도 바빴음이 분명하다. 샘이 요리사인 난의 옷에 서명을 해주고 있다.

오거스타2018|비제이 싱의 저녁 대접
찰리가 게리 플레이어, 아널드 파머, 샌디 라일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식사 자리의 주최자이자 음식 값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 디펜딩 챔피언이며, 1980년대에 들어서는 자신들이 사랑하는 고국을 소개할 수 있는 것으로 음식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1986년에는 독일 출신인 베른하르트 랑거가 송아지 고기로 만든 비엔나슈니첼과 파스타의 일종인 슈페츨러를 내놓았다. 1991년에는 영국의 닉 팔도가 으깬 감자와 고기로 만드는 셰퍼드 파이를 대접했다. 1989년에는 스코틀랜드의 샌디 라일이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인 킬트를 입고 나와 해기스와 순무 요리를 대접했는데, 빵에 발라 먹는 소스가 떨어져서 참가 선수들이 추가 주문을 위해 주방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이 밖의 다른 선수들은 만찬을 대체로 간단하게 준비했다. 1998년, 22세이었던 타이거 우즈는 각종 버거와 튀김 요리를 제공했으며, 2016년엔 텍사스 출신의 조던 스피스가 닭가슴살는 갈비 요리를 테이블에 올려놨다.

핵심적인 환경은 언제나 똑같지만 아울러 이 활기에 넘치는 연회 자리가 가장 이국적 잔치 중의 하나가 되면서 참가자들을 놀라게 할 때도 있다. 2001년 마스터스를 앞두고 마련된 만찬이 그런 경우였다. 당시 피지 출신의 비제이 싱은 독특한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2명의 오랜 친구를 데려왔다. 남편과 아내가 한 팀을 이룬 찰리와 난 니욤쿨이 그들이었다.

둘은 애틀랜타의 고급 타이 음식점의 소유주들이었다. 방콕으로부터 북쪽으로 320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작은 마을에서 성장한 찰리는 당시의 일을 이렇게 기억한다. “비제이와 나는 마스터스의 만찬에 대해 수시로 얘기를 나눴다. 우리는 외국인이어서 챔피언스 디너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비제이는 ‘걱정할 것 없다. 내가 우승을 거두면 당신과 난이 그곳으로 와서 모든 사람들에게 태국 음식을 소개하면 된다’고 말했다.”


오거스타2018|비제이 싱의 저녁 대접
세베와 닉 팔도, 베른하르트 랑거가 난을 가운데 두고 사진을 찍었다.

오거스타2018|비제이 싱의 저녁 대접
타이거 우스가 찰리와 난의 아들 에디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실제로 싱이 2000년에 우승을 이루자 클럽측은 니욤쿨 부부에게 주방을 개방하는 보기 드문 양보를 했다. 찰리와 난은 각 테이블에 놓을 꽃을 포함해 모든 식재료를 태국에서 공수해왔다. 행사를 앞두고 이들 부부는 이틀 밤을 샜다. 찰리의 고백이다. “내 처지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잭 니클로스가 우리 부부가 만든 음식을 먹으러 온다는 것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큰 그릇에 담아 각자 덜어 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제공된 음식은 정말 놀라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바로 태국 요리인 파낭 치킨 커리였다(비제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했다). 마늘 소스를 곁들인 가리비 요리도 나왔다. 양념이 강한 농어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니클로스와 아널드 파머는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그 자리에서 가장 식성이 까다로운 사람, 게리 플레이어를 포함해 모두가 정신없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건강한 음식에 신경을 쓰는 타입이다. 보통 양념이 강한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지만 비제이가 선택한 음식은 정말 입이 즐거웠다.” 플레이어의 말이다. 식사가 끝났을 때 니욤쿨 부부는 주방에서 호출됐다. 바이런 넬슨이 일어나더니 지난 50년 동안의 우승자 만찬 중 최고였다고 선언했다. 이어 팬들에게 환호를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골퍼들이 모두 일어나 니욤쿨 부부에게 박수를 보냈다. 오늘날까지도 플레이어는 그날 밤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다음 24시간 이상을 나는 코스가 아니라 화장실에서 보냈다. 하지만 모든 만찬이 큰 즐거움이었으며, 비제이의 만찬은 그의 전통에 따른 독특한 것이어서 더 특별했다.”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거둔 대성공 이전에 이미 니욤쿨 부부는 최고의 요리사였지만 마스터스의 만찬 소식은 그들의 사업을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2001년 마스터스가 끝나고 몇 주 뒤, 바이런 넬슨이 그들의 가게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더 많은 태국 음식을 맛보고 싶어 했다. 그날 밤, 바이런 넬슨과 그의 부인인 페기가 또 다른 풍성한 진미를 맛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댈러스에서 애틀랜타로 날아왔다. 오늘날 그 식당은 태국 음식을 선호하는 투어 프로들이 꾸준하게 찾는 곳이 됐으며, 그들 중에는 조던 스피스, 세르히오 가르시아, 아담 스콧, 리키 파울러와 같은 선수들이 있다.


오거스타2018|비제이 싱의 저녁 대접
만찬이 끝날 무렵 잭 니클로스는 그린재킷을 벗고 사인을 해줬다.

오거스타2018|비제이 싱의 저녁 대접
비제이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에게 찬사의 노래를 바쳤다.

오거스타2018|비제이 싱의 저녁 대접
니욤쿨 부부의 태국음식점인 난 타이 파인 다이닝의 최고 음식, 파낭 치킨 커리. 비제이 싱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찰리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그날 정말 즐거웠다. 그들은 우리가 사진 찍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우리는 카메라를 가지고 가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클럽 측의 악명 높은 촬영 금지 정책을 어긴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사진 중 상당수가 현재 그들 식당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찰리와 난 니욤쿨이 뛰어난 요리 솜씨뿐만 아니라 클럽의 엄격한 원칙을 요리하는 법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편집부 / BY JEFF R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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