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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회사보다 조현민 방어에만 급급한 대한항공

산업부 조민규 기자





“많은 분들이 저에게 충심 어린 지적과 비판을 보내주셨고 저는 이를 모두 마음속 깊이 새기고자 합니다.”

지난 15일 밤 조현민 대한항공(003490) 전무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보낸 원고지 3장 분량의 e메일 사과문을 읽다가 ‘충심’이라는 단어에 순간 멈칫했다. 그래도 사과문인데 어떻게 저런 단어를 선택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진위를 확인하고자 대한항공 홍보실 관계자에게 전화하고는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돌아온 답변은 조 전무와 관련한 언론 대응은 앞으로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가 맡기로 했다는 것. 임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적으로 사과할 계획은 없다”며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다웠다. 아쉬운 점은 조 전무, 아니 대한항공 최고경영층의 이번 사달에 대한 접근법이다.

음성 파일이 공개되자 휴가 일정을 반납한 채 급히 귀국한 조 전무가 처음 한 일은 다름 아닌 변호사 선임이다. 경찰이 참고인 조사에 돌입한 만큼 이해는 간다. 하지만 법리적인 부분에 대한 주장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조용히 하면 족할 일이다. 언론 대응까지 변호사에게 맡긴 것은 모든 비판 여론에 눈과 귀를 닫고서 철저히 법적으로 다투겠다는 것 아닌가. 대한항공 최고경영층은 이번 사태에서 보호하려는 대상을 회사가 아닌 조 전무 개인으로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유천씨의 성폭행 피소와 유승준씨의 입국금지 행정소송 등 굵직한 연예인 사건을 맡았던 임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조현민 개인이 아닌 대한항공의 광고를 책임지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이라는 점이다. 오너 일가라고 하지만 조현민씨가 달고 있는 전무라는 직함은 대한항공이라는 회사가 있어서 존재한다. 그리고 2만명의 직원들이 지금도 공항에서, 항공기에서, 사무실에서 회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대한항공을 타지 말자는 불매 운동, 또 사명에서 ‘대한’을 빼달라는 국민 청원이다.

대한항공 노조는 조 전무가 e메일 사과문을 발송한 지 30분 만에 성명을 내고 조 전무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피땀 흘려 일한 2만여 직원까지 지탄받고 있다”는 노조의 외침은 ‘제발 회사를 살려 달라’는 절박한 호소로 들린다.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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