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좋아했던 선대 회장(김동숙 코베아 창업주)께서 국내에 처음으로 가스버너를 소개한 것이 코베아의 시작이었어요. 창업 초기만 해도 사업이 여의치 않아서 제가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면서 아이들 키우고 살림을 챙겼죠.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도 알아주는 브랜드로 올라섰으니 이만하면 성공한 거죠.” (강혜근 코베아 회장)
소득 수준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분야 중 하나가 캠핑 산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60만명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캠핑 인구는 2016년 말 현재 500만명을 넘어섰다. 캠핑용품 제조기업 코베아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캠핑 산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코베아는 1982년 창업주인 김동숙 전 회장이 가스버너 1종으로 시작해 1,000여종이 넘는 캠핑장비를 생산·유통하는 수출기업으로 올라섰다. 김 전 회장이 2011년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현재는 아내인 강혜근(사진)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강 회장은 최근 인천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산악 마니아였던 창업주가 석유버너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한 가스버너가 코베아의 시작이었다”며 “가스버너 시대를 열면서 산악활동을 즐기던 이들에게 레저의 즐거움을 높이고 나아가 캠핑 산업 발달에 기업으로서 기여했다는 점이 코베아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국내 캠퍼들에게 코베아는 캠핑 입문을 위한 필수장비와 다름없다. 수입품인 스노우피크는 ‘전문성’ ‘고가’라는 인식 탓에 활용성이 제한적이고 또 다른 수입품인 콜맨에 비해 유일한 국산 제품이라는 프리미엄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마저 뛰어나 캠핑장비의 대명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전국적으로 코베아 제품을 취급하는 매장이 300여곳이 넘는데 캠핑장비 기업 중에 단독 유통망과 대리점 체계를 갖춘 곳은 코베아가 유일하다. 사실상 국내 기업 중에서는 경쟁자가 없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캠핑 산업의 발달과 코베아의 성장은 흡사 닭과 달걀과도 같은 관계다. 작은 산악용품 제조기업에 불과하던 코베아는 캠핑 산업 발달에 힘입어 캠핑장비 분야로 아이템을 확대할 수 있었고 반면 캠퍼들은 코베아 덕택에 가성비가 뛰어난 국산 제품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었다.
강 회장은 “산악용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갑자기 일어난 캠핑붐 국면에서 사업 확장의 기회를 포착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레저 분야에서 성장할 준비가 돼 있었던 것이 지금의 코베아로 올라서는 마중물이 됐다”고 말했다.
캠핑은 소득 수준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정책으로 압축성장한 한국에서 코베아 같은 기업이 없었다면 캠핑 분야는 외국 제품이 독식하는 반쪽짜리 시장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코베아는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활약하는 수출기업으로 올라섰다. 1996년 1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고 4년 뒤 1,000만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650억원을 기록했다.
강 회장은 “미국·캐나다 등 캠핑 인구가 많은 국가 위주로 수출이 진행되고 있고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도 사업 확장이 시도되고 있다”면서 “다만 베이징에 세웠던 대형 매장이 2년 만에 철수하게 됐지만 생활 패턴과 국민성 등이 캠핑 산업의 해외 진출에 필수 체크사항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쭉쭉 치고 올라오던 캠핑 산업은 경기침체, 메르스 사태, 살인진드기 우려 등의 여파로 약간 내리막세를 타고 있다. 1,000억원을 넘어섰던 코베아의 매출이 7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강 회장은 그러나 매출의 반등 및 확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강 회장은 “우리 국민들의 문화적 패턴이 가족활동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캠핑 산업 전망을 밝게 하는 근거”라며 “현재는 캠핑용품 제조 분야에 집중하되 미래에 다가올 수상레저 분야 등으로 사업 확장을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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