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40대 남자교사는 올해 4월 교실에서 발생했던 일만 떠올리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 일로 인해 지금도 경찰 조사를 받고 있지만 아무리 되뇌어 봐도 잘못한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수업시간에 서로 볼과 귀를 만지는 남녀 학생을 본 뒤 여학생의 어깨를 툭 치며 “교실에서 애정행각을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를 전해 들은 학생의 부모는 교사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30대 여교사는 지난해 7월 수업시간에 극도의 수치심을 느꼈다. 6학년 남학생이 수업을 방해하며 돌아다니기에 학생의 어깨를 만지며 “돌아다니지 말고 앉으라”고 말한 게 시발점이었다. 학생은 느닷없이 “선생님이 내 가슴을 만졌다. 선생님이 성추행을 했으니 나도 선생님 가슴을 만지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이 학생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선생님의 가슴을 만져라”고 외쳤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미투(Metoo)’를 빙자해 학교 교실에서 교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교사들 사이에서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펜스룰(이성과 자리를 함께하지 않는 것)’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을 지도할 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신체적 접촉에 악의적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늘어나다 보니 아예 학생들과 거리를 두고 지도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눈길도 주지 않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장 교사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교육활동 중 신체접촉 허용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준이 없다 보니 학생이 교사의 신체적 접촉을 오해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일이 곧잘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교총이 최근 교사·교수·교육전문직 등 1,1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70%가량이 ‘교육활동 중 신체접촉 허용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다양한 교육활동 과정에서 신체적 접촉이 필요할 경우가 많은 데도 교사가 무조건 학생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은 교육적인 측면에서 결코 좋지 않다”며 “원활한 교육과 교사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정부가 나서 신체적 접촉과 관련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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